홍준표 신임 경남도지사가 20일 오전 도청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체관리기금 써야될 상황
- 무상급식·장애인 시설 등
- 운영비 등 시급한 분야 많아
- 무조건 강행·폐기땐 부작용

경남도정을 맡은 홍준표 신임 지사 앞에는 쟁점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각종 현안을 둘러싼 이해대립이 첨예해 해법이 쉽지 않다.

이들 현안은 홍 신임 지사의 업무역량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대 현안은 역시 심각한 재정난이다. 도는 내년 2000억 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자체 관리기금 중 최대 1200억 원을 빼내 사용해야 할 지경이다. 이에 홍 지사는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예산집행점검단을 설치해 비효율성 예산 30%를 절감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해외 도 사무소(5개소) 중 실적이 떨어지는 곳은 철수시키는 등 고강도 대책을 밝혔다.

홍 지사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전문가를 행정부지사로 영입할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세수입이 뻔한 상태에서 무리한 긴축정책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해외 사무소는 지역 기업체들의 현지 시장 개척과 수출 등을 지원해 왔는데, 이를 무리하게 폐쇄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마저 허물어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삭감된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복원 또한 첨예한 쟁점이다.

홍 지사는 이와 관련, "내년 상반기 추경에서 예산 증액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각종 사업비가 도의회 예산심의에서 대거 삭감된 상황이라 원상복구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홍 지사는 다수당인 새누리당 도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럴 경우 민주개혁연대 등 야권·무소속 도의원들이 "그 전에는 반대하더니 자당 소속 도지사가 취임했다고 예산을 되살리는 것이냐"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의 운영비 지원(2억4000만 원)도 큰 쟁점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떼를 쓴다고 무조건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도의 재정난을 감안, 철저한 검토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단체들이 요구하는 예산지원에 난색을 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향후 관련 단체들의 격한 시위 등 파장이 예상된다.

모자이크 프로젝트(시·도 균형발전 사업)에 대한 홍 지사의 해법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홍 지사는 "모자이크 사업을 다시 검토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원 중단과 사업 취소 유도 등의 조처를 불사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14개 시·군은 이미 도와의 조율을 통해 각자 사업을 확정, 추진하고 있다. 내년 도 예산에서 모자이크 지원금 200억 원이 삭감됐지만, 대부분 행정절차 등을 거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일부라도 사업을 폐기한다면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이는 홍 지사가 강조하는 시·군 균형발전과도 배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