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시행 1개월도 안돼 도의회의 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의견청취(인사청문)를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도의회가 부적격 통보를 한 람사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한 임명강행을 놓고 도의회 민주개혁연대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나와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돼 주목을 끌었던 이 제도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채 사멸될 위기에 처했다.

홍 지사는 14일 창녕 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견청취를 없애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홍 지사는 "도의회 존중 차원에서 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의견청취 제도를 수용했지만 야당이 이를 마치 인사 청문회인 것 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용 전 의견청취는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태여서 협약을 근거로 시행했는 데도 야당이 청문내용을 사전 공개하는 등 합의사항을 깼기 때문에 더는 실시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이에 따라 출자·출연 기관장 인사검증을 앞으로 도민들로부터 직접 받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홍 지사와 도의회는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장 임용 전 도의회 상임위원회별 의견 청취에 관한 협약'에 서명한 바 있다. 

홍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개혁연대 등 야권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디.

야권 도의원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 석영철 공동대표는 인사검증은 지사와 도의회의 약속인만큼 일방적 폐지는 있을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석 대표는 "민주개혁연대의 청문내용 사전 공개와 관련해서는 도민 알권리 등의 취지와 별개로 지사와 동료 의원들에게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홍 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개혁연대는 이번 인사청문 문제를 포함해 홍 지사의 독선적 도정에 대한 범도민 차원의 검증을 실시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또 15일 긴급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도민들도 홍 지사의 의견청취 제도 폐지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영훈(56·김해시 어방동) 씨는 "지사가 인사검증 약속을 했으면 최대한 협조해야지, 마음에 안 든다고 시행해보지도 않고 제도를 폐기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