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산지역 자립 공동체의 본보기였다가 내부 갈등을 겪던 연제구 '물만골 마을'이 주민 공동체를 구성해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물만골 마을 주민들이 최근 총회를 열고 새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 마을은 6·25전쟁 이후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2002년부터 4차에 걸쳐 주민 공동으로 부지(3만2000여 평)를 매입해 2009년 형성한 자립형 공동체다. 이 공동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국토해양부의 좋은 마을 만들기사업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주민 협의체는 1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생태 자립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후 공동체 임원의 기금 유용 소문이 나도는 등 주민 간 마찰이 이어지다 2011년 말 대표의 임기 종료와 함께 공동체가 와해했다.

현재 주민은 부산시의 행복마을사업에 지원해 마을을 복원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올해 행복마을 마중물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마중물사업이란 시가 낙후지역 재생사업으로 추진한 행복마을사업의 전 단계로, 주민 공동체 소규모사업을 말한다. 시는 올해 마을별 마중물사업 진행 내용을 토대로 8곳의 행복마을을 선정, 2억~6억 원의 공동체 활성화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민은 아직 협의체가 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을 받으면 자칫 주민 협력이 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마을 측은 협의체가 완성될 때까지 시의 사업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주민 박모 씨는 18일 "협의체를 탄탄하게 구성해 갈등의 소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