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가 사임한 최필립(85) 전 이사장 후임으로 김삼천(64) 전(前) 상청회 회장을 선임,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다.

김 신임 이사장이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내는 등 박근혜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신임이사장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원 3만8천여명에 이르는 상청회의 26대, 27대 회장을 지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한국문화재단의 감사로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활동했다.

상청회와 한국문화재단은 박대통령을 공공연하게 비호하는 최측근 지지단체라고야권이 강하게 비난해온 조직이다.

친박 원로모임 '7인회' 멤버인 김기춘·현경대 전 의원도 김 이사장에 앞서 상청회 회장을 지냈다.

김 신임이사장은 서강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서강대 동문자격으로 정치후원금을 내왔다. 국회의원 신분이던 박 대통령에게 2011년과 2012년 개인후원금 최고한도인 500만원씩을 내는 등 수차례 후원금을 냈다.

그런데도 정수장학회가 지난달 25일 사임한 최필립 전 이사장 후임으로 김 이사장을 선임한 것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공익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 이사장에서 김 이사장으로 인물만 바뀌었을 뿐 정수장학회 이사 5명의 구성은 기존의 친박 구도와 차이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지난해 말 임기가 만료된 신성오 전 필리핀대사와 김덕순 한국청소년육성회 회장의 임기를 4년 연장했다. 나머지 이사인 최성홍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임기는 10월26일 만료되고,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의 임기는 2015년 10월13일까지이다.

정수장학회의 지도·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은 정수장학회가 임원 취임 승인 신청서를 내면 5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와 같은 법적 결격사유가 없으면 교육청은 해당 임원의 취임을 승인한다.

민주통합당은 28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정수장학회가 사회에 환원됐고 자신과 무관하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며 "대구 출신, 영남대 졸업 등 김 이사장의 이력만 봐도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김 이사장은 정수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으로 매번 박 대통령에게 후원금을 냈다"며 "김 이사장의 선임은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은커녕 친박 인사에서 또 다른 친박 인사로 얼굴만 바꾸는 국민 기만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인 고(故) 김지태씨가 장학회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해온 김씨 유족들은 김 신임 이사장이 '제2의 최필립'이라고 비난했다.

김씨의 5남 김영철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2의 최필립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하다니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김 이사장도 박 대통령의 은덕을 입은 충실한심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전 이사장이 언론사 지분 매각하려는 것을 언론에 들키고 분란을 일으키니 새 사람으로 바꾼 것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옷 여러벌 가운데 하나가 더러워지니까 좀더 새옷으로 갈아입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인이 자꾸 바뀌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박 대통령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