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 지역제한 규정 피하려
- 유령회사 세워 따낸 업체도
- 부산 동부지청 13명 기소
최근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수명연장 논란과 4호기 고장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대규모 원전부품 납품 비리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욱준)는 원전부품 국산화 업체와 짜고 빼돌린 부품을 새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수십억 원을 가로챈 혐의(횡령 등)로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전 기계담당 과장 신모(46·구속) 씨를 기소하고, A사 대표 이모(여·60)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청탁을 받고 부품검사를 허위로 한 혐의(뇌물수수 등)로 한수원 기술검사 담당 과장 임모(49) 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13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감사원이 지난해 12월 한수원 비리를 고발(본지 지난해 12월 6일 자 1, 2면 보도)하자 4개월간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씨는 A사 대표 이 씨와 공모해 2006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이미 납품된 저압터빈밸브(수증기 유입 조절) 부품세트 12대를 빼돌렸다. 이 씨는 그 중 9대를 새 제품인 것처럼 재납품하는 수법으로 22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06년 12월부터 2007년 8월까지 한수원으로부터 중소기업 협력연구개발비 명목으로 1억65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부품 개발 및 제조 능력이 없는 업체가 우수업체로 선정돼 연구개발비까지 챙긴 것이다.
신 씨는 또 D사 대표 황모(55·구속) 씨와 짜고 2008년 1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고리원전 3, 4호기에 납품했던 재킹오일펌프(터빈에 오일 공급) 부품세트 5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씨는 빼돌린 5대를 재납품했으며, 수리를 위해 추가 반출한 13대 중 11대를 그대로 재납품해 4억75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기술검사 담당 과장 임 씨는 2009년부터 2011년 7월까지 황 씨로부터 11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납품받은 불량 재킹오일펌프 부품세트가 정상품인 것처럼 검사승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또 지역제한 규정을 피하려고 고리·영광원전 주변에 유령 사무실을 차려 놓고 비품 입찰에 참여해 433회에 걸쳐 186억 원을 낙찰받은 혐의(입찰방해 등)로 G사 대표 이모(61) 씨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이와 함께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원자로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냉각제 펌프의 임펠러나 순환수 펌프 등 186억 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한 혐의(사기 등)로 E사 전무 이모(53) 씨와 전 차장 김모(39) 씨를 구속기소하고, F사 대표 등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