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6일 경남 밀양지역 765㎸(76만5천볼트)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공개 사과했다.
한전 사장이 반대 주민들과 송전탑 갈등을 풀려고 직접 만난 것은 김중겸 전 한전 사장이 지난해 10월 5일 밀양을 찾은 이후 거의 7개월 만이다.
조 사장은 이날 오후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을 만나 "그동안 사장들의 잘잘못을 떠나 한전이 이 문제에 너무 잘못했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국민을 위해 빛과 열을 전달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문제를 떠나 주민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거듭 사과했다.
한전 사장이 되고 나서 이날 방문까지 6번째 밀양을 찾은 조 사장은 "현재 (원전 3호기 송전을 위한) 송전탑 공사가 막바지인데 솔직히 답답하다"고 힘겨운 심정을 털어놨다.
주민들은 조 사장에게 한전의 보상 확대 계획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송전탑 지중화와 설계상의 문제를 집중해 따졌다.
주민 정의문 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코 보상이 아니며 조상 대대 살아온 아름다운 삶터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라며 "제주도, 부산~기장, 설악산 등지에서는 이미 송전탑을 지중화해 놓고 여기서는 왜 안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처음 송전탑 설계대로 공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선로변경도 건의했다.
이에 조 사장은 "지중화가 가능하다면 벌써 했을 것"이라며 "수 없이 검토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중화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송전 선로의 설계문제는 따져 보겠다며 덧붙였다.
조 사장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잘못이 있다면 얻어터질 각오로 찾았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곧바로 전달하겠다"며 주민들의 섭섭함을 푸는 데 주력했다.
조 사장은 이날 밀양시 부북면, 단장면, 산외면 등 4개 면을 꼼꼼히 둘러보고 주민들과 직접 만나 한전의 어려운 상황을 직간접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4개 면 주민 대다수가 최근 한전이 제시한 보상 확대 방안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송전탑 지중화 등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 해소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4개 면 반대 주민 등으로 구성된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이 제시한 보상 확대안에 반대 견해를 밝힐 계획이다.
이처럼 반대 주민의 의지가 변함이 없는 가운데 신고리 원전 3호기 시운전이 오는 7월 말로 예정돼 있어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 사장이 어떤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편 한전은 울주군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군에 있는 북경남 변전소까지 보내려고 90.5㎞에 걸쳐 765㎸ 송전탑 161개를 건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밀양에 들어설 송전탑 69개 가운데 52개가 주민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