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생 47명 중 19명만 등원
- 시·구에서 단기 교사 급파

"오늘은 엄마가 같이 있으니 괜찮아."

29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 D공립어린이집 앞.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이날 한 어머니와 세 살배기 아이는 비를 맞으며 한동안 실랑이를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들여보내며 엄마 김모(36) 씨는 "애가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며 "다른 어린이집에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의 부담감을 고려해 계속 다니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영구 어린이집 아동 학대 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째 되는 이날 현재 해당 어린이집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비상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당초 23명의 아이가 등원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전체 47명의 원생 중 19명만 어린이집을 찾았다. 이마저도 상당수 아동은 부모와 동행했다.

수가 적은 것은 원아뿐만이 아니었다. 원장과 보육 교사 2명이 경찰에 입건된 후 나머지 5명의 교사가 신변 불안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해 보육교사도 평소보다 적었다. 어머니들은 반당(총 4개 반) 2, 3명씩 팀을 꾸려 교대로 아이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등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이날 외부 체육특별활동 교사가 어린이집을 방문했지만, 당분간 외부 특활 교육은 없다는 어린이집 측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시 보육지원센터 측은 급하게 3주간의 일정으로 보육교사 4명을 급파했으며, 구청도 어린이집 원장 자격증을 소지한 구 복지서비스과 소속 6급 공무원을 대리 원장으로 파견해 정상 가동에 애를 썼다. 또 인근 3곳의 공립어린이집 원장들이 파견돼 5월 말 새 어린이집 위탁자가 선정(29일부터 20일간 위탁자 공고)될 때까지 운영에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수영구는 각 가정에 전화를 걸어 "원장과 문제 교사를 교체했고, 주기적으로 어린이집을 관리해 더는 문제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된 학부모 대책회의에서 한 어머니는 "일부 어머니들이 봉사활동자로 나섰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며 "사태를 지켜본 후 아이를 계속 보낼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어린이집 측은 급하게 짜여진 대체교사들의 교육 일정에 따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