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 일부 반출 '직원 묵인'
- "담당자 수뢰" 업체진술 확보
(주)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납품 비리가 또 터졌다. 이번엔 배수구 바닥판까지 검은 거래에 활용된 데다 현직 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한수원 고리본부는 자체 감사 결과 2009년 12월 B사와 5억여 원의 특수 바닥판(일명 그레이팅) 납품 계약을 체결했으나 1억 원 상당의 부품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당시 B사는 한수원과 고리 2발전소 배수로, 취수구 등에 사용될 특수 바닥판 5억1263만 원 상당(면적 1700㎡)을 납품하기로 수의계약을 했다.
최근 감사 결과 총 1244장(가로 1m×세로 1m)의 바닥판 중 고리 2발전소 입구 양 옆에 설치돼 있어야 할 배수로용 바닥판 462장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취수구 등에 사용된 바닥판 일부도 계약서 내용과 다르게 설치된 것으로 보고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전해실과 취수구 등의 바닥판 일부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납품된 바닥판 중 일부가 담당 직원의 묵인 하에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고, 한수원은 "담당 팀장에게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납품 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측은 이번 사건에 터빈 밸브 등 빼돌린 제품을 새 제품으로 납품하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구속(본지 지난달 12일자 1, 3면 등 보도)된 전 간부급 A(46) 씨와 현직 직원 C 씨가 개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C 씨는 개입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C 씨는 또 B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 도면을 임의로 파쇄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한수원 측은 자체 감사 결과를 종합해 조만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4년 전 발생한 일이지만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리 차단 시스템을 강화하고 비리 개연성이 있는 부분은 전체 감사를 벌여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퇴직한 직원이 현장 업무를 총괄하고, 본사에서는 제품만 보내고 수금하는 시스템이어서 공사 완료 여부를 알지 못했다"며 "(직원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B사의 특수 바닥판은 직각형 구조의 기존 바닥판과는 달리 삼각형 구조에 표면을 올록볼록하게 처리해 공구함 등 이동기구의 바퀴가 이음새에 걸리지 않는데다 미끄럼 방지 효과도 커 '난슬립 매직 그레이팅'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B사는 정부의 NEP(신제품) 인증을 받아 2007년께부터 고리·월성·울진·영광원자력발전소 등에 수의계약으로 납품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