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33주년 전야제가 17일 저녁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렸다.

시민군이 끝까지 저항했던 옛 전남도청 앞에 마련된 특설무대를 비롯해 당시 격전의 현장 금남로는 구름 같은 관중이 몰려 거대한 추모 공연장으로 변했다.

'오월 광주, 다시 평화와 통일로'를 주제로 열린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은 기념식에서 제창이 무산돼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행사 내내 목놓아 불렀다.

특히 전야제는 5·18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용산 사태로 고통을 겪은 관계자까지 폭넓게 보듬으려는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518명의 풍물패는 전남대, 광주역, 광주천변 등에서 길놀이를 펼친 뒤 금남로로모여 식전부터 흥을 돋웠다.

내벗소리 민족예술단은 임을 위한 행진곡 등 국악관현악 연주로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노래가 연주되는 동안 흐른 5·18 영상을 지켜보며 시민들은 1980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5·18때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무당으로 설정한 이야기꾼은 구성진 사투리를 섞어 '광주의 한'을 대변하며 기념식을 이끌었다.

이어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용산 재개발 사업 관련 영상이 흘러나오자 광주 시립국극단은 씻김굿으로 '현재의 아픔'을 표현했다.

무형문화재인 이애주 서울대 교수도 씻김굿을 통해 권력의 폭력으로 희생된 영령의 눈물을 씻어냈다.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한다"는 여중생의 편지 낭독과 미쓰비시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 쌍용자동차, 용산 관련 단체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러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뒤 이야기꾼과포옹하며 아픔을 나눴다.

행사는 도청 앞 집회, 주먹밥 나누기, 시민군의 환한 모습 등 영상에 맞춰 5·18 공동체를 춤으로 표현한 놀이패 신명의 공연, 밴드 연주 등으로 흥겹게 마무리됐다.

전야제를 마친 시민들은 풍물패의 뒤풀이까지 즐기며 밤늦도록 5·18 정신을 되새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