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히 마시고 즐기자' 운동
휴일인 지난 16일 밤 9시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큰 싸움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고성을 지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강민성(35·해운대구 좌동) 씨는 "시원한 백사장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발 고성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는 행위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가 '주폭(酒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는 법률안이 1년째 국회에 계류(본지 지난달 14일 자 2면 보도)하면서 해운대해수욕장 음주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구는 개장 전부터 수차례 회의를 열었다. 피서객을 대상으로 음주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금주 캠페인을 벌이는 방안, 구간을 나눠 백사장 일정 부분을 가족단위 피서객을 위한 금주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이 나왔다. 구가 선택한 것은 '무조건 마시고 보자'는 음주문화를 '적당히 마시고 즐기자'는 문화로 바꿔보겠다는 건전 음주문화 캠페인. 음주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과도한 규제로 국민을 통제하려는 구시대적인 발상" "원초적인 권리인 '마실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까지 고려해 내린 결론이다.
구는 다음 달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친근한 캐릭터 모래 조각을 이용한 금주·금연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 기간 정병일 모래 조각 작가가 건전문화를 호소하기 위해 만화 캐릭터 등을 제작해 전시한다. 가족모래 조각 체험과 풍선 불어주기 같은 이벤트도 함께 열린다.
구 관계자는 "처벌만큼 좋은 대책은 없겠지만 건전문화 캠페인 등을 통해 피서객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공공장소에서 술판을 벌이면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