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게 납품, 거래처도 가로채
- D사 피해액 2년간 10억 추산

부산지역 알짜 향토기업의 특허기술을 빼돌려 동종제품을 생산·판매한 산업기술 유출사범들이 붙잡혔다. 피해 회사는 국내 대표적인 화학소재 전문기업이며, 유출된 기술은 회사와 한국신발피혁연구소가 공동개발한 세계 유일의 기술이었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조중혁)는 25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D사의 신발 밑창 특허기술을 빼돌려 회사를 만든 뒤 이를 D사 거래업체에 공급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로 D사 전직 영업간부 장모(43) 씨와 전직 연구원 하모(40)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자회사를 설립, 이들이 유출한 기술을 이용해 동종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K사 대표 이모(42) 씨와 간부 김모(50) 씨 등 2명과 관련 법인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 등은 차례로 D사를 그만둔 뒤 2011년 6월께 기술을 유출하기로 공모하고 베트남의 화학업체에 취업하거나 국내에 관련 업체를 차렸다. 이들은 D사의 특허기술인 '신발밑창용 최첨단 발포고무'의 원료배합표 등을 토대로 베트남 현지에서 주원료를 생산한 뒤 이 씨에게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존 D사에서 주원료를 구입해오던 이 씨는 장 씨 등이 낮은 단가로 납품해오자 자회사를 설립, 이를 이용해 완제품을 생산한 뒤 유명 구두 브랜드 등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사는 3년간 4억 원을 들여 이 기술을 개발한 뒤 상업화에 성공했다. 이 고무는 기존의 운동화 밑창용 고무(EVA)보다 내구성이 뛰어나 구두형 스니커즈 등 패션화에 이용되며, 경쟁사가 없는 특허기술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D사가 이번 기술유출로 2년간 10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으며, 향후 5년간 약 1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있었다고 밝혔다. D사는 관련 제품의 거래량이 급감하자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혁 부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피해회사의 관련 사업이 존폐될 수도 있었지만 수사를 통해 피의자 등의 제품 생산이 중단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