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를 받는 SK그룹 총수 형제의 항소심 재판에서 김원홍씨가 사건의 핵심 인물로 자주 언급돼 베일에 쌓인 그의 정체와 현재 행방이 관심을 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14번째 공판에서 재판장은 "(김원홍이) 뒤에 숨어서 이 사건을 기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재계 3위 대기업 회장과 부회장이 김원홍한테 홀린 것 같다"며 "수천억원을 홀딱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이어 "김원홍의 됨됨이가 어떤가는 이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항소심에서 김씨는 모든 공판기일마다 언급돼 왔다. 검찰 수사 이후 1심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지난달 10일 공판에서 "(김원홍은) 단순한 투자 에이전트가 아니다. 최재원 부회장은 (그에게) 거의 복종할 정도"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공판에서 "김원홍은 존재가 너무 기괴하다"고 했고, 이날 공판에서 "신문 받으면서 김원홍과 최태원 회장의 사적인 관계를 애써 숨겼다"고 했다.
김씨는 '전 SK해운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련된 김 전 대표는 그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변호인 입장에서는 SK그룹 계열사 돈이 비정상적으로 인출된 일과 관련해 김씨와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벗기는 최선의 길이 됐다.
실제 최 회장 측은 회삿돈 인출이 김씨와 김준홍 전 대표의 개인적인 돈 거래였을 뿐 공모에 의한 횡령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장도 이날 "김원홍이 나쁘면 나쁠수록 최 회장은 그만큼 덜 나쁜 사람일 수있다"고 언급했다.
심리를 통해 사건의 핵심 배후로 지목됐지만 김씨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 정도로 베일에 쌓여있다.
검찰은 지난달 3일 공판에서 "최재원 부회장이 항소심 준비 과정에서 대만에 가 김씨를 세 번 만났다"고 언급했지만 최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김씨가 중국에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 회장 등과 전화 통화한 기록을 변호인에게 전달하는 등 최근까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