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인력 40여명 투입
- 한수원 사장·한전 부사장 등
- '상납 덩굴' 줄줄이 캐내
- 박영준, 최중경 등 연루된
- MB정권 비리사정 확대
- '몸통의 정점'에 관심 쏠려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25일 90일째를 맞았다. 검찰은 그동안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을 꾸리고 검사 9명 등 40여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67) 전 사장과 이종찬(57) 한국전력 해외부문 부사장은 물론 납품 업체 관계자 등 모두 35명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또 10명은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 등 MB(이명박) 정권 핵심 인사들의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검찰이 박 전 차관의 소환 조사를 예고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 생명 담보 '돈 잔치'
지난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을 발표했다. 그 다음 날 곧바로 동부지청에 수사단이 꾸려졌고 납품업체인 JS전선과 성능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 검수기관인 한국전력기술, 부품의 최종 목적지인 한수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관련자 체포·구속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의 시험 성적서 '위조-승인-납품'에 이르는 연결고리가 밝혀졌다. '납품업체-검증업체-검수기관' 관계자들이 회의를 통해 성적서 위조를 공모하고, 그 결과를 한수원에 알려줬다. 로비를 받은 한수원 간부는 회의내용을 보고 받고도 시험성적서 위조를 승인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밖에도 바닥재 방진마스크 등 다양한 납품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수사를 위해 검찰은 지난 6월 20일 한수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송모(48) 부장의 자택 등에서 6억 원의 돈뭉치가 발견됐다. 이 돈은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납품을 위해 건넨 10억 원의 일부였다.
검찰은 송 부장 등 한수원 임·직원 수사를 진행하던 중 지난달 7일 김종신 전 사장을 전격 체포됐다. 김 전 사장은 한국정수공업 이모(75) 회장에게 UAE 원전 등 납품 계약 체결의 편의를 봐달라는 대가로 와인상자 등에 담긴 모두 1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김 전 사장은 또 인사로비 명목으로 다른 업체로부터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기철(61) 전 발전본부장, 이종찬 한전 부사장도 납품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차례로 구속됐다. 말단 직원부터 최고위층까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돈 잔치'에 연루된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바로 국내 굴지의 수처리 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이 등장한 것. 12년간 원전의 수처리 설비를 독점해 온 한국정수공업은 2009년께 '영포라인' 출신 브로커 오희택(55) 씨에게 부회장 직함을 달아줬고, 오 씨는 원전 업계의 거물로 행세하며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김 전 사장은 물론 박 전 차관, 최 전 장관 등이 오 씨의 로비 대상 명단에 올랐다.
■왕차관 윗선 개입 의혹까지
박 전 차관에 대한 비리 의혹이 본격 불거진 것은 전 여당 고위당직자 이윤영(51) 씨가 체포(본지 지난 6일 자 1면 등 보도)되면서부터다. 검찰은 오 씨로부터 박 전 차관을 거론하며 원전수출과 한수원 인사 등에 대한 로비 대가로 한국정수공업 이 회장에게 로비자금을 요구, 13억 원을 받아 이 씨에게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씨는 2007년 이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박 전 차관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박 전 차관의 도움으로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감사로 임명될 정도로 둘은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검찰은 20일 동안 이 씨를 집중 추궁해 "6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박 전 차관의 소환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로비 당사자인 이 씨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 전 차관의 사법처리를 자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란 시각이 많다.
관건은 박 전 차관의 윗선 개입 여부다. 박 전 차관의 소환이 임박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등 제3의 인물이 윗선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차관이 이윤영 씨를 통해 한국정수공업의 로비를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박 전 차관과 함께 MB 정권의 자원외교를 이끌었던 한 축인 이 전 국회 부의장도 로비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검찰은 이미 오 씨가 '이 전 의원 로비' 명목으로 한국정수공업 측에 금품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최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은 지난 14일 한수원 인사 청탁 명목으로 오 씨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출신 윤영(57) 한국정수공업 감사를 구속했다. 윤 감사는 최 전 장관과 대학 동기다. 오 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업을 위해 한수원 전무를 교체하려면 최 전 장관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한국정수공업에 받은 돈을 윤 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현재 윤 씨는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가 '박영준-이윤영 커넥션'처럼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