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이는 추석을 앞두고 더욱 서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쓸쓸히 명절을 맞이하는 노인들이 그렇다. 이들에게 맛있는 빵을 선물하는 '천사표 경찰관'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황종길(50) 경위는 2008년 추석부터 이 같은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 매달 초 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 무료급식소와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하고 있다. 황 경위는 27살 되던 해 경찰에 첫발을 들였다. 이것을 기념해 기부액수를 정했다. 매달 27만 원. 황 경위는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둔 딸의 교육비를 대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기부를 향한 마음은 식을 줄 모른다. 그는 "국가유공자인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고 사회에 조금이라도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경위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자신의 봉사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는 금정구 선동 한 식품가게에 매달 27만 원 상당의 빵을 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경위는 가게 주인에게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자신이 구입한 빵을 무료급식소와 치매 노인들에게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빵 개수만 총 800개였다. 매달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신순희(여·52) 사장에게 돈을 보냈다. 신 사장은 처음에는 황 경위의 신분을 전혀 알지 못했다.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그저 좋은 일을 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줬다.

하지만 신 사장은 최근 황 경위의 사정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됐다. 더욱이 1년 전 황 경위가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놀라운 사실도 접했다. 그는 수술 당시에도 전혀 티를 내지 않고 기부금을 보냈다. 신 사장은 경찰청 홈페이지에 이 같은 사연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올렸다. 그제야 경찰 동료들도 황 경위의 선행을 알게 됐다.

그는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기부를 시작하려면 어렵다"며 "남에게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 후 암세포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27만 원씩 기부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