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남외동 이근수 할아버지가 16일 자택에서 적십자 봉사단원으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들은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근수 씨, 18살에 가족과 이별
- "가슴이 벅차 잠이 안온다"

- 91세 류영식 씨, 조카와 첫만남
- "선물 뭐할지 행복한 고민 중"

남북적십자사가 16일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명단을 최종 확정해 통보하자 경남 울산 지역의 대상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이었다.

평안북도 태천이 고향인 류영식(91·창원시 의창구 동읍) 씨의 장남 천일(58) 씨는 "아버지께서 큰 기대를 않으셨는데 상봉행사에 참석하게 됐다고 아주 기뻐하신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신청을 했는데 이번에야 이뤄졌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사촌들에게 뭘 선물할지가 가장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류 씨는 이번에 큰 형님의 아들인 조카 2명(58세, 48세)을 만나게 된다. 류 씨는 한국전쟁 때 북한보다는 남한이 먹고 살 것이 많을 것 같아 친구 3명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전쟁 중에 인민군으로 오해를 받아 국군에게 체포된 뒤 거제도 포로수용소 등에서 생활했다. 종전 후 석방된 류 씨는 한국군에 입대했다가 제대를 하고 나서 창녕군으로 내려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65년 만에 북에 있는 여동생(78)을 만나게 되는 이근수(83·울산 중구 남외동) 씨는 "혹시 걔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쩔까 싶어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너무나 가슴이 벅차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설렌 마음을 표현했다.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이 씨는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함경남도 북청군으로 이사했다. 18살이던 1948년 북조선민주청년동맹에 끌려가면서 가족과 이별을 했다. 그는 2년 뒤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국군에 포로로 잡혔다. 1970년대 중반 울산에 정착해 목수일을 하면서 4형제를 키웠다. 북으로 갔던 이 씨의 가족 중에는 여동생만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