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소년들이 중국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붙잡힌 국내 대포통장 수집·판매 일당에게 죄의식 없이 돈을 받고 통장을 판 10대들은 졸지에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23일 국내에서 대포통장을 모집해 중국에서 전화금융 사기를저지른 혐의(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국내 총책인 조선족 김모(26)씨 등 4명을 구속하고 하부 모집책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문제는 이들에게 통장을 팔아넘긴 청소년 90명도 함께 입건됐다는 점이다.

이씨 등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국내에 모집책과 수집책으로 역할을 나눠 가출청소년, 아르바이트생 등 90명에게 1억원 상당을 주고 대포통장 200여개를 구입해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20대 초반의 모집책과 수집책을 내세워 부모 동의없이 통장 개설이 가능한 16세부터 20대 초반의 청소년에게 집중적으로 통장 가입을 협박,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장 명의자들은 대부분 범죄 분별능력이나 죄의식이 없는 중·고등학생, 가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로 이들에게서 통장 하나당 15만∼30만원씩의 대가를 받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10대들이 통장을 무심코 넘긴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이들이 건넨 통장이 전자금융사기로 송금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통장, 카드, 비밀번호 등을 양도·양수하면 3년 이하 징역, 2천만원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이씨 등이 중국으로 넘긴 빼돌린 대포통장을 이용해 중국 현지 전자금융사기 범죄단과 연계해 피해자 50여명으로부터 5억4천여만원을 불법 송금받은 혐의도적발해내고 달아난 공범 8명과 함께 이들의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