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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특수학교에 성 관련 문제를 다루는 전문 교사가 전무한 등 장애 학생들이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진은 부산의 한 특수학교.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부산지역 한 특수학교 남교사의 여제자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부산판 도가니 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피해학생들은 성 관련 문제를 다룰 전문교사가 없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진상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까지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피해학생들이 각종 장애로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데도 시스템마저 허술해 비롯된 것이다. 이에 성 문제와 관련한 특수학교의 실태와 대책을 점검해 본다.
- 비장애인 학생들과 달리
- 사건 인지·대응 어렵고
- 피해 입증하기 쉽지않아
- 성폭력심의위 운영안 등
- 실제로는 전혀 안지켜져
- 부산시교육청·해당 학교
- 진상조사 없이 축소 급급
- 가해교사-피해학생 대면
- 어처구니없는 일 벌어져
- '관대한' 처벌도 문제
신체·지적 장애를 겪는 학생들이 다니는 부산지역 특수학교가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명 '도가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전문적인 시스템은 물론이고 통상적인 대응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진상을 밝히기 어렵고 학교 내부에서 덮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의식있는 제보자가 아니면 표면 위로 드러나기 어렵다.
■특수성 고려한 대응체계 전무
비장애인 학교와 달리 특수학교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데도 특수성을 고려한 대응 시스템은 미흡하다. 특히 교사와 학생이라는 수직적 관계에서는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피해 학생의 진술과 결정적인 증거가 없으면 피해사실 입증이 어려운 구조이다. 더욱이 시각장애를 겪는 학생의 경우 목격자가 없고 정황만 있어 가해자가 발뺌하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무방비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대구판 도가니'의 경우는 이런 상황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한 특수학교 교사가 수업시간 도중 지적장애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대구지법 제12형사부는 해당 특수학교 교사 김모(40)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5년 동안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고인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2009~2010년 추행한 공소사실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더욱이 부산지역 특수학교에는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전무하다. 18개 특수학교 중 전문 상담교사는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성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내부에서 입단속하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대응 매뉴얼은 유명무실
특수학교는 학생들의 특수성 때문에 성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철저히 매뉴얼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2차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매뉴얼을 거의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알고 있는 전문가조차 없다. 이번 특수학교 남교사의 여제자 성추행 의혹 사건 역시 부산시교육청과 학교 측이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파문을 확산시켰다. 사건 발생 초기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한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축소·은폐하려 했다.
이 특수학교의 '2013학년 교육계획'에 따르면 성폭력 대응절차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의 범주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사안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처리한다.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신속처리를 위해 성희롱·성폭력고충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지난 23일 현장조사를 통해 뒤늦게 사실을 적발하고 학교폭력대책위원회 개최를 지시할 정도였다. 특히 가해교사와 피해학생 대면 등과 같은 금기시되고 있는 일도 행해졌다. 이런 일들은 상담 교사 등 전문가가 교내에 없어 벌어진 것이다.
학교 뿐만 아니다. 여성·청소년문제를 전담하는 부산경찰청의 성폭력 특별수사대도 올해 들어서야 꾸려졌다. 부산시가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개소한 '부산 여성·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도 강화해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배재정(비례) 의원이 '부산지역 초중고교 최근 5년 성범죄 교원의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회에서 저지른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모두 8명이었다. 이 가운데 2명은 해임처분을 받고 1명은 명예퇴직했다. 나머지 5명은 감봉, 정직 등 징계를 받은 뒤 재직 중이다. 다른 공무원들이 성추행 사건에 관련될 경우 가차 없이 해임 처분을 받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받았다. 학생을 상대하고 가르치는 교원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