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
- 브로커가 실시간 정답 전달
- 평소 500점대, 만점 받기도

취업준비생과 대학생, 승진을 앞둔 회사원에게 최대 스트레스는 아마 토익(TOEIC) 점수일 것이다. 만약 400만 원만 주면 토익 점수 400점을 올려주겠다는 제의를 받는다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이는 드물지 않을 듯하다. 이 때문에 토익 부정행위 수요를 겨냥한 수법은 갈수록 최첨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통한 최첨단 수법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조중혁)가 4일 적발한 신종 토익 부정행위는 기존 수법보다 훨씬 간단하면서도 최첨단 기법이 총동원됐다.

먼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용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 중인 사진 자동전송 프로그램이 이번 부정행위의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해당 사이트로 사진이 자동전송되는 것으로, 네이버의 N드라이브와 다음의 클라우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삭제하더라도 사이트에 그대로 남는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브로커 이모(30·구속) 씨 일당은 부산 북구 모 중학교 담벼락 옆에 주차된 차량 내에서 '토익도사' 김모(27·구속) 씨의 만점 답안을 이 같은 방법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지난달 27일 치러진 토익시험에서 다치지도 않은 왼쪽 팔을 깁스하고, 그 안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촬영 장치를 설치했다. 촬영된 영상은 사진 자동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로 전송됐다. 이에 김 씨는 시험장을 미리 빠져 나올 필요도 없었다.

최근 서울경찰청이 적발한 토익 부정행위의 경우 '토익도사'가 답을 종이에 적어 시험장을 30분 정도 일찍 빠져나온 뒤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시험장 외부 브로커에게 전송해야 했다. 그 뒤 브로커는 부정응시자에게 문자메시지로 답안을 "이 삼 일" 등으로 전송하면 문자-음성 전환 앱을 통해 부정응시자의 귓속 수신장치로 전달하는 다소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경찰 이전 시험 등 수사 전면 확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박모(29) 씨 등 이번 부정응시자 12명 가운데 일부는 지난달 27일 시험에서 갑자기 점수가 크게 오르면 의심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일부러 오답을 적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500점 대의 성적인 1명은 무선내용을 그대로 적어 내 가채점 결과(토익점수는 시험 20여 일 뒤 발표) 990점 만점을 받았고, 2명은 수신상태가 고르지 않아 600점에 그쳐 성공사례비 4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브로커 이 씨 일당은 과거에 토익 부정시험을 시도했다가 사기를 당한 뒤 직접 범행을 결심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부정응시생 12명 가운데 명문대 대학생 등 취업준비생 외 승진을 앞둔 회사원이 7명이나 됐다.

부산경찰청은 또 '토익도사' 김 씨가 올해 8회의 토익 시험에 응시, 브로커 이 씨에게 12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경찰은 3회는 범죄를 위한 현장 적응용으로, 나머지 5회는 부정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앞선 시험에서 성적이 급격히 올라 고득점을 받은 응시생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