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학·학과 놓고 학원마다 들쭉날쭉…10점 이상 차이도

못믿을 배치표 남발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입력 : 2013-11-08 21:45:53
| 본지 3면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마친 부산 동래고 고3 수험생들이 8일 오후 교사와 입시지원전략을 상담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이제 막 나온 가채점 자료로

- 너도나도 설익은 당락 예측

- 정보 제공보다 혼선만 가중

- 불안한 수험생 심리 악용해

- 모의지원 수수료 착복 상술

- 어려운 영어B형 선택 학생

- A형 수험생 보다 불리할 듯

"사실 지금은 배치표를 볼 타이밍이 아닙니다. 지금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배치표는 급조된 것입니다. 표준점수를 정확히 맞출 수도 없는데, 학과 당락을 어떻게 예측합니까. 참고할 것조차 못 됩니다."

부산지역 사교육계의 한 입시전문가는 8일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오늘에야 제대로 된 가채점이 이뤄져 이제 막 기초자료가 생성된 셈인데다, 선택형 수능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서 지난해 데이터가 무용지물인 형편이라 예년처럼 신뢰성 있는 자료를 신속히 만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산시교육청 진학지원단 소속 한 전문위원도 "사설 입시기관들은 지난 수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치표 등 최신 입시자료를 신속히 만든다"며 "하지만 올해는 시험방식이 선택형으로 달라져 전년도 자료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깜깜이 수능'악용 상술

그렇지만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정시모집용 배치표는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8일부터 인터넷에 올려져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급한 배치표는 그러잖아도 불안한 수험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라기 보다 더 한층 혼란을 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수준별 수능을 처음 실시해 A·B형의 표준점수를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깜깜이 수능'에 답답해 하는 수험생을 유치해 모의지원 때 수수료를 챙기려는 상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찾아볼 수 있는 입시기관의 배치표는 '참고용'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서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국대(가군) 생명과학과의 경우 이날 오후 6시 현재 유웨이중앙이 495점(표준점수 기준)을 합격점으로 봤지만, 메가스터디는 482.39점으로 예측했다. 한양대(가군) 교육공학과는 유웨이중앙이 520점, 메가스터디가 530.28점이라고 기록해 10점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처럼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놓고도 들쭉날쭉한 배치표 상의 숫자는 부지기수다.

많은 입시기관이 온라인에서 회원가입만 하면 손쉽게 정시모집 배치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성급함'과 '불안함'에 편승한 입시마케팅이 또 다른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동래고 서진관 교사는 "수능시험에 따른 혼란은 사실 해마다 있다. 시험이란 게 언제나 잘 친 학생과 못 친 학생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때그때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맥을 잡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설 입시기관의 성급한 자료들이 대거 배포되면서 불안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중위권 대학지원 혼선 예상

가채점 결과 중하위권 학생들의 큰 혼선이 예상된다. 이날 어려운 B형을 선택한 학생은 쉬운 A형을 선택한 학생보다 크게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어려운 영어 B형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쉬운 영어 A형 응시자보다 등급 경쟁에서 크게 불리할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중위권 지원자들이 큰 고민에 빠졌다. 따라서 올해 수능에서 영어 B형을 지정한 지역 상위권 대학인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지원자보다 A·B형을 모두 선택할 수 있게 한 나머지 대학 지원자의 혼란이 우려된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대 부경대 동아대 한국해양대를 제외한 대학들은 수험생들이 영어 A형과 B형 중 어느 것이나 선택할 수 있되 B형을 선택하면 15% 정도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영어 B형 응시자들이 전체적으로 성적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가산점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지 예측하기 힘들다.

입시 전문가들은 영어 B형 응시자 중 5등급 이하는 가산점을 받더라도 영어 A형에서 상위 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다소 불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입시기관 정시 모집 배치표 (표준점수 = 국 영 수 사·과탐, 8일 오후 6시 현재)
		유웨이 중앙	메가 스터디			유웨이 중앙	메가 스터디
서울대(나군)	의예과	552	539.62	중앙대(가군)	의학부	544	536.83
	기계항공학부	535	527.41		기계공학부	504	507.99
	경영대학	543	535.89		경영학부	527	525.89
	국어교육과	539	533.21		사회학과	518	524.09
고려대(가군)	의예과	544	539.62	한양대(가군)	교육공학과	520	530.28
	기계공학부	523	520.89		관광학부	522	529.44
	경영대학	541	534.66		도시공학과	509	514.34
	국어교육과	536	533.80		수학과	511	516.24
연세대(가군)	의예과	546	542.00	동국대(가군)	전자전기공학부	488	483.38
	치의예	544	539.87		생명과학과	495	482.39
	경영학과	541	536.35		경찰행정학과	524	522.24
	영어영문	537	534.31		사학과	511	514.00

◇ 영어 A·B형 선택 대학 중 B형 가산점 비율 ※자료 : 하늘교육
영어 가산점	인원 (정시일반)	모집인원 대비 비율	대학수	비고
40.0%	215	0.46%	1	이화여대
30.0%	767	1.7%	4	안동대, 광주대, 남부대등
25.0%	5,264	11.4%	7	영남대, 계명대, 한림대, 동양대 등
20.0%	17,134	37.1%	45	경남대, 광운대, 조선대, 춘천교대, 한남대 등
15.0%	5,537	12.0%	12	단국대(천안), 상명대(천안), 상지대, 청주대 등
10.0%	11,525	25.0%	25	건국대(글로컬), 수원대, 백석대, 한국교통대 등
7.0%	83	0.2%	1	숭실대(건축학부, 글로벌미디어과)
5.0%	4,964	10.7%	13	대진대, 강남대, 한신대, 대전대 등
25점	719	1.6%	2	목포가톨릭대(간호학과), 순천대
총합계	46,402	100.0%	108
※모집인원대비 비율은 가산점 적용 대학내 비율임, 영어 A·B형 모두 선택 가능한 대학 중 B형 선택시 가산점을 적용하는 대학 기준임, 학과별로 가산점 비율이 상이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