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도가니'로 불리는 남교사의 여제자 성추행사건(본지 지난달 22일 자 8면 등 보도)을 축소·은폐해 물의를 빚은 부산맹학교가 재학생 간의 학내 성폭행 사건을 2개월여 숨겨오다가 뒤늦게 부산시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맹학교에 따르면 한 여학생이 지난 8월 20일과 24일 방과 후 한 교실에서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또 이 여학생은 해당 남학생에게 4차례 성추행 피해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8월 27일 한 교사가 피해여학생의 스마트폰 메시지를 우연히 보면서 처음 드러났다. 해당 교사는 성추행 의심사건으로 판단하고 학부모 보건교사 교장 교감 등에게 알렸다. 하지만 당시 학교 측은 가벼운 성추행 사건으로 파악하고 한 성폭력상담소에 의뢰해 5회(회당 2시간)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사건은 학교 측이 지난달 30일 시교육청에 보고하면서 뒤늦게 진상이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곧바로 현장조사를 벌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를 지시했다. 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지난 5일 열렸고, 가해학생은 출석정지와 전학조치를 받았다.

이후 피해여학생은 원스톱지원센터에서 피해상황을 자세히 진술하면서 성폭행 사실까지 밝혀졌고 이 학생은 그동안 성폭행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용어를 몰라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피해학생은 가해학생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학내 성폭행 사건을 신고받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맹학교 관계자는 "10주간 상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문상담가들조차 피해여학생의 성폭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해당 사건을 시교육청에 보고해야하는 사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교육부 특별감사는 당초 기간(지난 4~8일)보다 늘어나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