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호지필찰언(衆好之必察焉)이요, 중오지필찰언(衆惡之必察焉)이라"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여성 연예인들에게 판결을 선고하기 앞서 재판장이 '명심보감'의 공자 말씀을 인용했다. '여러 사람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침착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부장판사는 25일 장미인애·이승연·박시연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사건이 보도된 후 대부분 네티즌이 피고인들을 비난했지만 과연 억울한 부분이 없는지 꼼꼼이 살펴보고 변론 기회를 충분히 줬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날 성 부장판사의 목소리는 공자 말씀 내용처럼 매우 침착했다. 하지만 판결 이유와 주문은 매서웠다.
검찰은 장미인애씨가 수년 동안 한달 평균 5.7회, 이승연씨가 4.5회, 박시연씨가 8.2회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봤고, 성 부장판사는 공소장 범죄일람표상 투약내역을 예외없이 유죄로 인정했다.
성 부장판사는 프로포폴 오·남용에 대한 법적 제재의 기준을 제시했다. 병원 바깥에서 오로지 수면 마취를 위해 또는 질병의 치료와 예방과 무관하게 시술을 빙자해 투약한 경우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성 부장판사는 또 환자가 투약 당시 약물 중독성과 의존성을 나타내지 않았더라도 추가 투약으로 인해 그런 위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다면 의사가 투약을 막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성 부장판사는 이 사건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에 중독성·의존성을 보였다고 인정하고,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도 투약 회수나 빈도 등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여성 연예인으로서 비만을 막고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시술이 불가피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성 부장판사는 "결국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판 말미에 성 부장판사가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아 모두 징역형을 선택했다"고 했을 때는 법정 안이 술렁이기도 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예인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나 성 부장판사가 "실형은 과중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이자 방청석에서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는 "피고인들 모두 수고하셨다"는 인사말로 선고공판을 마쳤다.
지난 3월 시작된 재판은 16회에 걸쳐 장기간 진행됐다. 증인이 25명, 증거목록이 440여개에 달하는 등 심리가 간단치 않았다. 이날 공판도 1시간 40분 동안 진행돼 웬만한 대형 사건을 능가했다.
법정 안팎에는 100여명에 가까운 방청객이 몰려 재판 내내 혼잡을 빚었다. 굳은 표정의 연예인들은 취재진을 피해 법원을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