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김진태(61·사법연수원 14기·경남) 후보자를 새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2개월 넘게 비운 검찰 수장 자리가 다시 채워졌다.
김 총장은 청와대 임명 직후인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식으로 제40대 검찰 총수직에 올랐다.
지난 10월 27일 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37일, 지난달 13일 인사청문회가 열린뒤로 20일 만이다.
김 총장 앞에는 채동욱 전 총장 낙마 이후 대혼란에 빠진 검찰 조직을 바로 세우고 국가 중추 사정기관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퇴까지 불러온 국가정보원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내 갈등을 치유하는 한편 각종 기업 수사도 차질없이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도 떠안게 됐다.
◇만신창이된 검찰 조직 치유 어떻게 = 검찰 조직은 지난해 말 잇단 검사 비리와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로 1948년 조직 창설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검란의 책임을 지고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퇴임하면서 수개월간의 수장 공백 사태를 겪었던 검찰은 채동욱 총장 취임 이후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채 총장의 지휘 아래 검찰은 국가정보원 대선·선거 개입 의혹, CJ 비자금 의혹, 원전비리 수사, 4대강 입찰담합 의혹,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채 총장이 취임 6개월 만에 '혼외아들 의혹'으로 중도 낙마하면서 검찰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총장 부재에 따른 리더십 공백 속에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과정에서 외압·축소 논란은 확대됐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국감에서는 조영곤 전 지검장과 지휘를 받는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수사 외압여부 등을 둘러싸고 논박을 벌이는 모습이 그대로 공개됐다. 결국 윤 지청장 등 2명은 법무부 징계를 앞두고 있고 조 전 지검장은 자진사퇴했으나 검찰 조직에는 씻기 어려운 큰 상처를 남겼다.
신임 김진태 총장은 우선 검찰 조직 내 갈등과 내분을 추스르고 화합을 유도함으로써 검찰 업무 수행을 정상화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당장 외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정원 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를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된다.
아울러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 개인정보가 무단 조회·유출됐다는 의혹 사건을 투명하게 규명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이다.
효성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의혹,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발행, 이석채 전 KT 회장 배임·횡령 의혹 등 현재 진행 중인 기업 수사도 차질없이수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검찰 개혁·정치적 중립성 확보 과제 = 김 총장은 검찰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동시에 채 전 총장의 사퇴로 중단된 검찰 개혁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책임도 떠안게됐다.
채 전 총장 당시 구성된 검찰개혁심의위원회는 최대 현안인 '상설특검 도입' 안건 논의를 앞두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 국정원 사건에서 노출된 것처럼 민감한 정치 관련 사건 등 대형 수사에서 축소·은폐·편파 수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 만큼 김 총장이 어떤 방향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을 확보할지가 관건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대형 수사를 맡아 진행하면서 외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검란 직후인 지난해 말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검찰 개혁 작업의 밑그림을 그려놓은 데다 현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되지 않아 기존의 검찰 개혁 작업에도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및 법무부와의 관계 설정도 관심거리다.
김 총장은 황 장관보다 연수원 1년 후배이지만 나이는 5살이 더 많다. 검사장 승진도 김 총장이 황 장관에 비해 1년 빨랐다.
공안통인 황 장관과 달리 김 총장은 주로 특별수사를 해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황 장관과 김 총장이 그리 편하지 않은 관계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검란과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노출됐던 검찰 내 이른바 '특수 라인'과 '공안 라인'의 대립 등을 바로잡을 인사 쇄신도 필수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사건 관련 내분을 검찰 내 특수통과 공안통 간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지연과 학연, 근무 인연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단행되는 검찰 인사에 대한 개혁요구에 김 총장이 어떻게 부응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