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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18> 부산 차이나타운

고난의 시대 보낸 화교들의 삶터…다문화사회 국제 교류의 장 부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2-03 20:14:5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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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부산시와 중국 상해시의 자매 결연 이후 조성된 부산 동구 초량동 상해거리의 상징인 상해문.
- 19세기 후반 초량에
- 청국조계 설치로 시작
- 일제강점기 핍박 받아

- 해방 후 연합국민 자격
- 잠시 희망 가졌으나
- 中공산화, 6·25로 고통
- 한국정부 경제발전 위해
- 외국인 활동 규제 시행

- 탈냉전시대 맞아 상해거리·특구 조성
- 화교문화·역사 무관한
- 중국풍 조형물로 채워져
- 각종 문화축제에는 자본 유치 등에만 초점

■격동의 시대를 산 부산화교

중국은 과거 동아시아를 지배하였고, 현재는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정치 무대에 강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힘이 아무리 강해지더라도 중국 영토 밖에 흩어져 사는 수많은 화교는 자기가 속한 국가(지역)의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치는 강제로 혹은 자발적으로 일본, 러시아, 만주, 미국 등으로 이주한 재외 한인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더욱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한 세기 이상의 역사를 지닌 화교와 이들 삶의 터전을 고찰해 보는 작업은 미래 다인종과 같이 살게 될 나와 우리를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부산화교의 기원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 조선을 둘러싼 청과 일본의 정치·경제권력 다툼에 비롯되었다. 부산에 중국인(청국인)이 거주하기 시작한 시점은 1882년 임오군란으로 조선과 청국 간에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이 체결된 이후이다. 그리고 부산화교의 거주지, 그러니까 부산 차이나타운(Chinatown)은 부산 청국조계의 설치로부터 시작되었다. 부산 청국조계(1884년)는 초량(현재 부산역 앞)에 설정되었고, 여기에 청국영사관이 세워지고 중국대륙과 일본으로부터 이주해 온 중국인이 거주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청일전쟁에 의한 일본 세력의 팽창과 일제 식민지 지배로 인해 부산 차이나타운은 청국조계를 벗어난 지역으로 확대되지 못했고, 화교들은 총독부, 일본인, 조선인으로부터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야만 했다.

■짧은 희망과 긴 고난의 시대

   
일제 강점기 청관거리의 모습.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 사이에 펼쳐진 부산화교의 변화는 미군정, 대한민국의 건국, 6·25전쟁, 권위주의적 정부 등에 의해 일어났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1948년 8월 15일)까지 시행된 미군정은 한국(부산)화교에게 일시적이었지만 경제·정치적 희망을 주었으며, 이는 화교의 경제력 증대와 연합국 국민의 대우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미 군정이 해방 직후 한국의 무역상대로 일본을 배제함에 따라 중국과의 무역이 급증하게 되었고, 이는 모두 화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미 군정은 식민지 지배 하에서 '제국식민'이었던 화교를 연합국(중화민국)의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짧은 기간 누렸던 한국(부산)화교의 희망은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그리고 6·25전쟁을 통해서 좌절되었고 식민지 시대와는 또 다른 고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대내외적으로 독립국가의 탄생을 알리는 행위이며, 국민의 자격을 규정하고 국가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실행되었다. 미 군정에 의해 연합국 국민의 자격을 부여 받은 화교는 대한민국의 건국에 수반된 '한민족 혈통'을 원칙으로 하는 '국적법' 제정에 의해 외국인(이방인) 신분으로 살아야만 되었다. 그리고 화교 경제력은 한민족 중심의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이를 해체(약화)하려는 다양한 법들이 제정된 뒤 구체적인 정책이 추진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본토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1949년 10월 1일)됨에 따라 화교의 중국무역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교는 중화민국(타이완)을 자신의 국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6·25전쟁은 화교에게도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산 화교사회를 공고히 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였다. 인구 변화를 보면 1948년에 493명으로 전국화교(1만7430명)의 2.8%에 불과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전국의 화교들이 부산으로 피난을 온 결과로 1952년에 4182명으로 전국화교(1만7925명)의 23.3%를 차지하게 되었다. 타지에서 온 화교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청관거리 뒤편 영주동에 충효촌(忠孝村)이란 화교 피난민촌이 건립되었다. 전쟁 직후(1954년)에 부산화교중학교가 설립되고, 다음 해에 부산화교유치원이 설립되었다.

6·25전쟁으로 인해 부산의 화교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화교의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전쟁 직후에 화교 교육기관이 설립됨에 따라 화교 사회와 문화를 자체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부산 차이나타운'이 공고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6·25전쟁으로 인한 미군의 참전과 주둔은 청관거리에 인접해 '텍사스촌'이라는 로컬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은 이색적인 장소를 만들었다. 이는 부산 화교와 차이나타운의 사회·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텍사스촌은 원래 중구 중앙동에 있었지만, 1953년 11월에 일어난 옛 부산역 화재로 청관거리 이웃으로 이전한 뒤 미군 중심의 유흥가로 번창하였지만 1970년대 중반 월남전의 종식 이후에 많은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쇠퇴하였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중앙집권적·권위주의적 정부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외국인 자격으로 거주하는 화교의 사회·경제적 힘과 활동을 제약하는 여러 가지 법을 제정하여 실천함에 따라 이들의 삶은 고통스러웠으며, 많은 화교들은 대만, 일본, 미국 등으로 재이주를 하였다. 예를 들면 화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법과 규제는 ' 외국인출입관리법', '외국인토지소유제한법', '쌀밥판매 금지령' 등이다.

■차이나타운과 다문화현상

   
부산 차이나타운 내 길 주소 공식명칭에 사용된 '청관길' 표지판.
1960~80년대를 거치면서 부산화교와 이들 삶의 공간은 크게 위축되고 거의 망각된 존재였지만 1990년대 초반 이후 화교는 국가와 지역 내ㆍ외부의 환경 변화로 주목받게 되었다. 외부 요인은 소련의 붕괴로 탈냉전 시대가 시작됨에 따라 '적'으로 간주되었던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구소련)와의 국교 정상화, 지구화(globalization)의 진전과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의 팽창에 의해 국가 경계를 가로지르는 자본·노동·상품·인구의 이동성 증가 등이다. 내부 요인은 탈산업화에 따른 국가와 지역의 사회·경제 구조의 전환, 구도심 쇠퇴에 따른 재개발(혹은 재생) 전략 등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환 상황에서 지방자치 단체들은 해외 화교자본과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혹은 도심)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소위 '차이나타운' 개발(혹은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부산시와 동구청이 1990년대 이전 부산화교의 중심 활동무대인 청관거리를 '상해거리'로 탈바꿈시키면서 부산 '차이나타운'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후 인접한 '외국인상가길(과거 텍사스촌)'을 포함시켜 '차이나타운 지역발전특구'가 탄생됐다. 상해거리의 명칭은 1993년 부산시와 상해시가 자매 결연을 맺은 결과로 탄생되었으며, 거리는 부산화교의 문화·역사와는 무관하게 중국풍의 상이한 조형물, 즉 상해문, 동화문, 아치문, 패왕별희 동상 등으로 조성되었다. 그리고 2004년 이후 매년 상해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해거리 축제', '차이나타운 (특구)축제', '차이나타운특구 문화축제'란 이름하에 부산화교와 인근 주민의 직접적 참여가 거의 없는 이색적인 행사들로 꾸며진 축제가 진행되어 왔다.

상해거리와 차이나타운 특구의 조성과 이와 관련된 축제를 살펴보면, 부산광역시와 동구청이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부산 화교의 삶과 전통 그리고 생활터전(청관거리)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화교자본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쇠퇴하는 구도심의 개발(재생))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심을 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1990년 이후 지방자치제 중심으로 건설된 한국의 차이나타운에는 "화교의 문화와 역사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 차이나타운 프로젝트는 부산화교의 문화와 역사를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진전에 의해 다양한 민족들이 한국으로 유입함에 따라 나타난 다문화현상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지도 못했다. 현재 차이나타운 특구에 위치한 상가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등이 혼용된 간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 음식점을 제외한 옷가게, 주점, 카드판매사, 관광사 등이 한국인, (한국계)러시아인, 조선족, 필리핀인 등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또한 매우 다양한 외국인들이 관광으로 차이나타운 특구를 방문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국교정상화(1992년 8월)가 이루어진 이후에 노동, 결혼, 유학, 여행 등의 이유로 한국(부산)으로 유입되는 신화교가 차이나타운 특구를 지속적으로 찾아 올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향후 부산의 차이나타운이 명실상부한 차이나타운으로 발전하기 위해 구화교의 문화와 역사, 다문화현상, 신화교, 지역주민이 공생하는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박규택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지리학 박사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국제신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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