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市에 토지수용 요구
- 市 "터널~지표 거리 30m로
- 수용요건 안돼 지하 보상만"

부산 해안순환도로의 한 축인 천마산 터널 건설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인근 주민은 부산시의 보상이 비현실적이라며 토지 수용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굴착공사에 착수할 수 없다.

천마산터널공사피해 감천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11일 "부산시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천마산 터널 공사를 중단하고, 시의회는 현실에 맞지 않는 보상 관련 조례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천마산 터널은 서구 암남동과 사하구 감천동을 연결하는 1.51㎞ 터널로 2016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대책위는 천마산 터널과 상부 주택의 지표까지 수직거리가 30m 미만인 곳이 감천동에만 53필지이고, 최소 9m인 곳도 있어 소음과 진동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굴착을 하지 않은 현재도 피해를 보고 있는데, 굴착이 본격화하면 극심한 피해가 예상되고, 완공 뒤에는 대형차량 통행으로 진동이 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수직거리가 최소 40m 이상 되도록 설계를 변경하거나,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이주할 수 있도록 시가 토지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 '지하 부분 토지사용 보상기준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수직거리 6m 이상이면 토지 수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지하 부분 사용에 대한 보상만 할 수 있으며 지하 보상액은 토지 가격과 면적, 지하시설물과의 수직거리 등을 고려해 산정하되 최소 100만 원을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조례대로 보상하면 금액이 토지 수용보다 현저히 적고 세대가 아닌 필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터널 위 암남동 지역의 한 아파트(28세대)는 두 필지여서 이 보상금조차 쪼개서 나눠야 할 판이다.

서영준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비슷한 사례를 조사해보니 보상액은 최소 금액을 크게 넘지 않았다"며 "부동산 가격하락, 개·증축 제한도 뒤따라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 위원장은 "조례상 토지이용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깊이를 20~40m로 정했으면서도 지하 보상기준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시의회가 보상액을 토지 수용과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조례 개정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설본부 관계자는 "전국 시도가 비슷한 보상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 착공한데다, 터널이 해안순환도로망과 연결돼야 하는 만큼 설계를 변경할 수 없고, 이주를 위한 토지 수용도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