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마을 주민이 수면제 등을 다량 복용하고 자살을 기도했다.

13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송전탑이 지나는 밀양시 단장면 마을 주민 권모(41·여)씨가 단장면 범도리 96번 송전탑 현장 입구 황토방 농성장 안에서 수면제가 포함된 많은 양의 약을 먹고 쓰러져 있다가 경찰등에 발견됐다.

96번 송전탑 현장은 한전이 콘크리트 타설 등 기초 공사를 하는 곳이다.

권씨는 119구급대원에 의해 밀양병원에 옮겨져 2차례 위 세척을 받은 데 이어 창원 삼성병원에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약을 먹고 나서 권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수면제 40알을 먹었다'고 전했고, 남편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권씨는 이날 황토방 농성장 인근에서 경찰의 채증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서 농성장 안으로 들어가 약을 먹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대책위는 "권씨는 '나 하나 죽어서 송전탑을 막으면 죽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또 권씨가 유서 2장을 써 두었다고 밝혔다.

유서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송전탑 건설 반대와 함께 국민을 존중해야 하며 한전을 비판하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경찰은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119구급대원을 한동안 농성장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고 농성장에 가려는 남편과 주민에게 신분증을 요구해 현장 도착이 늦어지면서 상황 수습이 늦어졌다"고 비난했다.

대책위가 이 부분을 진정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권씨가 수면제를 복용한 경위와 약 성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