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2일 민주노총 본부 건물에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으나 무위로 돌아가자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특히 민주노총 설립 18년 만에 처음으로 본부 건물 강제 진입이라는 초강수를 뒀는데도 지도부 검거에 실패하고 오히려 노동계를 자극하는 꼴이 돼 책임론도 일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23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자가 공개적으로 불법파업을 지휘하는 양상을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부득이하게 민주노총 사무실에 진입했다"며 "'작전 실패'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으며 수배자가 (어제) 검거됐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고 빨리 검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작전에 대한 파장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치안감 등 경찰 고위간부 인사와 맞물려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건물 내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작전을 감행했고, 검문검색 과정에서도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비 정보 수사 등 관련 분야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체포 작전을 주도한 서울경찰청과 이를 총괄지휘한 경찰청 사이에서도 책임 여부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이 청장은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집행했기 때문에 책임론은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지만 경찰의 이번 작전 때문에 철도노조의 파업을 장기화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내부에 엄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