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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초대석 <47> '광고천재' 이제석 씨

"광고의 주인은 오너 아닌 대중…돈 냄새 안나게 감성을 긁어줘야 "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13-12-26 20:08:3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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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이제석 대표가 부산경찰청과 함께 기획해 옛 남부경찰서에 설치한 '총알 경찰차' 광고.

- 곳간의 돈만 고려하면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 벽 가르는 총알경찰차
- 의도·반응 잘 어울린 '아트'

- 대학가의 대자보 열풍, 그 속의 진정성 때문
- 순간 폭발력 필요한 광고
- 농사보다는 사냥 가까워

부산 남구 대연동 옛 남부경찰서 건물. 한 경찰차가 흰색건물 외벽을 뚫고 중간에 멈춰 있다. 인근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건물로 향한다. 하지만 우려했던 사고가 아니다. 광고전문가 이제석(31) 씨가 올해 9월 부산경찰청과 함께 기획한 공익광고 형태의 설치미술이다. 여기에는 신속한 출동으로 시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표현됐다.

   
광고천재 이제석 씨는 지난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광고는 대중들과 소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광고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에게는 늘 '광고천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기존의 조형물과 시각적 언어를 절묘히 활용해 환경·인권·전쟁·기아 등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공익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인물에 대한 평가 대신 작업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잘라 말한다. 기업이나 오너 이익에 방점이 찍힌 상업광고와 달리 공익광고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감동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광고는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감성을 긁어줄 수 있다"며 "이는 돈 냄새가 나지 않는, 광고같지 않은 형태의 설치미술을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국내 광고시장에 대해서도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대중을 위한 광고를 못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지난 19일 이 대표를 만나 공익광고 추구 이유와 국내 광고시장의 문제점, 광고인이 갖춰야 할 조건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이제석광고연구소 업무의 80~90%가 공익광고다. 시민단체 등 비영리기관 사람들과도 일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추구하는 가치가 맞는 것 같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화학작용이 맞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국가기관이나 공무원들, NGO 사람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다. 절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 대중과 소통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보람을 느낀다. 특히 그 혜택은 기업이나 오너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국제 광고 콘테스트에서 다수의 작품이 상을 받았다. 가장 보람이 있었다거나 대표작을 꼽는다면.

▶창작자 입장에서 스스로 평가하면 최근 부산경찰청과 함께한 '벽 가르는 총알 경찰차' 광고가 가장 성공적이었다.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이나 의도가 모두 좋았다. 너무 작가주의적으로 가면 대중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이 광고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살린 작품이다.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장적인 것들을 뽑아서 반복한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든 맞춤형 수제광고였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원한다. 부산 관련 작품들 모두 설치미술이다. 아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좋은 광고의 필수 요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중들과 소통하고 광고를 통해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업광고 오너들은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한다. 곳간의 돈을 고려하고 계산기만 튕기기 때문에 '광고가 참 더럽게 나온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맑고 순수하게, 아름답게 접근할 수 있을텐데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런 '더러운 광고'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반면 정해진 시간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감동과 즐거움을 줄까라고 고민하면 자동적으로 대중들과 친해진다.

-우리나라 광고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광고로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을 위한 광고를 못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고객은 '대중'이다. 하지만 현재 상업광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오너다. 그들은 고객이 왕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왕으로 생각한다. 대중들을 충실히 즐겁게 해주는 것을 고민하면 자동적으로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좀 더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돈냄새가 나지 않는, 광고같지 않은 형태의 설치미술을 하는 것이다. 갈등과 차별, 오해, 편견으로 오는 문제들은 정신적으로 풀어야 한다. 광고를 통해 이 같은 인간의 감성을 긁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학가에 일고 있는 대자보 열풍도 광고로 볼 수 있다. 대자보 안에 진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광고 천재'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하는 프로젝트가 천재성이 있다고 평가받으면 기쁘지만 이제석이라는 인물을 천재로 보는 것은 부담스럽다. 전례없는 작업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평가를 받는다면 좋지만 인물이나 캐릭터를 놓고 천재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연구소는 직원이 10명도 안되지만 1000명이 넘는 회사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유일한 업적을 남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혜택을 줘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미완성 동물이지 않나. 나 역시 모순 덩어리다. 작업으로 평가받고 싶은 이유다.

-광고업계로 진출하려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고업은 굉장히 격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노동이다. 순간 폭발력을 필요로 하고 농사보다는 사냥에 가깝다. 순탄한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강한 멘탈이나 의지, 자아가 서있지 않으면 광고시장에서 답을 찾기 힘들 것이다. 남의 돈을 끌어다 작품을 만들고 공간이나 시간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데 사냥꾼 기질이 없다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성 광고판에 몸을 담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불행할 것이다. 현재 광고인들은 기득권 탓에 나를 인정하지 않지만 나는 옳고 그름에 대해 확실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본 앞에 타협하지 않는다.


# 이 씨가 걸어온 길

- 진심의 메시지로 스펙을 이기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반전 광고 '뿌린 대로 거두리라'. 이제석광고연구소 제공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광고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광고전문가 이제석(31) 씨.

그에게는 늘 '광고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광고계 첫 입문부터 2009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광고연구소를 설립하기까지 그가 걸어 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1982년 대구 출신인 이 대표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취업을 위해 광고회사의 문을 두드리거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간판 제작 업무에 매진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008년 뉴욕스쿨오브 비주얼아트(SVA)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이제석광고연구소'를 설립했다. 특히 이 대표는 2006년부터 미국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동안 ▷뉴욕 윈쇼 페스티벌 ▷라스베이거스 클리오 광고제 ▷뉴욕 애디 어워드 등 국제 광고 콘테스트를 휩쓸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이 대표가 국내·외 광고제에서 받은 상은 50여 개에 달한다.

이 대표는 이제석광고연구소를 운영하며 전체 업무의 80~90%를 비영리성 공익광고 캠페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들과 진행하는 상업광고와 달리 시민단체나 국기기관과 함께 환경·기아·자살·마약·폭력 등 범국가적 문제에 대해 계몽적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인 반전 광고 '뿌린대로 거두리라'와 최근 서울 시청역에 설치된 '인권을 보호합시다', 대기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한 광고 등은 언어와 국가를 초월해 인류애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2010년 '광고천재 이제석'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부족한 스펙을 가졌음에도 세계 광고계의 주목을 받게된 배경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예일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광고 이외에도 국방부 홍보위원(2013년), 경찰청 홍보 자문위원(2011년) 등 활발한 대외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이제석 대표 프로필

▷1982년 대구 출생 ▷2005년 계명대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2008년 미국 뉴욕스쿨오브 비주얼아트(SVA) 졸업 ▷2009년 '이제석광고연구소' 설립 ▷2010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 위원(최연소) ▷여성가족부 홍보기획 위원 ▷2012년 미국 예일대 미술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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