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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부산의 한 구청에서 직원이 온도계로 실내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
- 백화점에선 외투 벗고 쇼핑
전력난 해소를 위해 마련된 정부의 에너지사용 제한 조치가 '생색내기'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단열 에어캡 부착 등 관공서들의 에너지 절약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 기관은 실내온도가 제한 규정을 웃도는 등 방만한 에너지 운영실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오전 부산의 한 구청 민원실. 업무를 보기 위해 청사에 들어선 민원인이 하나둘씩 두껍게 챙겨입은 겉옷을 벗기 시작한다. 6도 안팎의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청사 안 온도는 25.5도.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환풍구 근처 상담 부스에서 일부 시민은 겉옷을 벗고 얇은 셔츠만 입은 채 민원을 처리하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시민 백모 씨는 "집에서도 난방비를 아끼려 슬리퍼를 신고 겉옷을 껴입는다"며 "이제 겨울은 구청에서 나야겠다"고 꼬집었다.
일부 구 청사는 창문에 단열 에어캡을 부착하고 민원실 천정에 단열 천막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절감 노력을 보였지만, 이들 역시 실내 온도가 19~20도로 정부 제한온도 18도를 웃돌았다.
공공시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부산의 한 국립대 도서관 열람실의 실내온도는 23.9도여서 자리 한편에는 책 대신 학생이 벗어놓은 겉옷 가지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인근 공원 역시 에너지 절감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의 33㎡ 규모 추모관에서는 관리 직원 한 명만 상주하고 있는데도 연신 난방기구가 가동돼 실내온도는 22.6도에 이르렀다.
유통업체의 상황은 더욱 극과 극의 모습이다. 중구의 한 백화점에서는 낮에 주부 고객이 방한내의 등 웜비즈 상품을 구매하려고 할인 매장을 찾았지만, 물건을 고르는 이들 상당수가 외투를 벗은 채 매장 안을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실내 온도(23.2도)가 높았다. 최근 정부가 대형건물의 난방 규제 온도(20도)를 자율권장 사항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체 자체적으로 자율 기준을 마련했지만, 대부분 권장치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난방비 절감보다는 매출 하락을 막자는 게 대부분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