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체감도 낮아 혼란 지속
- 수출입업체는 81% 사용

새 도로명주소 제도가 시행된 지 20일이 지난 가운데, 도로명주소의 활용도가 분야·업종별로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나 전입신고 등에서는 사용률이 저조했지만 수출입업체는 활용도가 높았다.

20일 대형 배송기업인 CJ대한통운 측은 "도로명주소 사용률은 현재 5~6%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산우체국 측은 "우편과 택배를 포함해 도로명주소 사용률이 약 20%에 이른다"고 밝혀 지난해 상반기 17%보다는 소폭 올랐다는 평가다. 부산의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도로명주소를 써달라고 홍보를 많이 했지만 지난해보다 약간 늘었을 뿐"이라며 "배송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입·출생·혼인신고 등 업무를 하는 부산 남구의 한 공무원은 "각종 서류를 신청할 때 10명 중 6명은 도로명 주소를 여전히 모른다"며 "전입신고는 도로명 주소에 동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으니 어느 동 주민센터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민원인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배달량이 300건가량이라는 부산 사상구의 한 도시락 배달업체는 "도로명주소를 이용하는 주문 건수는 많이 잡아도 5%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탓에 도로명 주소로 들어오는 주문은 배달원이 목적지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지회 이병재 부장은 "지금은 도로명주소로 주문하는 고객이 극히 적다.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업계도 도로명주소 이용 빈도가 낮았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부동산 중개업자 권은경 씨는 "도로명주소 사용은 전체의 10% 선을 넘지 않는다"고 현장체감도를 전했다. 그는 "건물을 매매할 때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상 주소가 일치해야 하는데 많은 고객이 새 주소를 몰라 서류를 정확히 구비하는 데 고충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관세청이 도로명주소 사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국 372개 수출입업체 가운데 81%가 도로명주소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정착률이 높았다. 부산경남본부세관 이은렬 홍보담당관은 "100% 전산으로 이뤄지고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출입서류는 도로명주소가 비교적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동의대 윤상복(도시공학과) 교수는 "당장은 불편하겠지만 도로명주소는 이전의 지번 주소보다 효율성이 높다"며 "정부가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