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민 "저지"… 충돌 불가피

한국전력의 송전탑 건설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밀양지역에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희망버스를 재가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 원로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 저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상호 충돌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밀양시 등에 따르면 전국 50여 곳에서 출발한 '2차 밀양 희망버스'가 오는 25~26일 송전탑 건설 현장을 찾는다. 지난해 11월 30일 1차 버스에 이어 두 번째다. 참여인원은 2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밀양희망버스기획단은 '죽음을 부르는 76만5000볼트 송전탑, 끝나지 않은 밀양전쟁, 희망이 필요합니다'를 2차 행사의 주제로 정했다. 울산지역에서는 시민단체들이 22일 시청 정문에서 '2차 밀양 희망버스 울산참가자 765인 선언'을 하는 등 발대식을 가졌다. 이들은 25일 밀양으로 와 15개 마을에서 마을별 행사를 열고 26일 음독 자살한 유한숙 씨의 분향소를 찾아 퍼포먼스를 벌인 뒤 해산할 계획이다.

시와 한전, 일부 지역단체 등은 2차 희망버스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발족한 '밀양바로세우기 시민운동본부'는 더욱 단호한 입장이다. 이 단체는 지역 원로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350여 명으로 구성됐다.

시민운동본부는 "밀양의 갈등이 남의 일인 양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 외부세력이 개입해 갈등을 증폭시키고 지역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밀양을 전국적 갈등의 중심지로 몰고 가려는 그들의 불손한 시도를 더는 좌시하지 않고 차단해 실추된 지역 이미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앞으로 조직적인 시민운동에 나서는 한편 25일에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 등에서 희망버스의 방문을 저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시는 경찰이 통제를 했던 지난해 1차 희망버스 방문 때와 달리 이번에 시민단체 등이 직접 저지에 나설 경우 참가자들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전과 반대 주민들간의 다툼이 자칫 송전탑에 대해 찬반 입장을 가진 주민끼리의 싸움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밀양의 송전탑 갈등은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주민 대다수는 희망버스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운동본부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