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협력업체들이 5년간 1조8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대출 사기극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금융권의 부실한 대출 관리 시스템 때문이었다.
19일 KT ENS 협력업체들의 사기 대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서울경찰청 수사과에 따르면 사기 대출에 이용된 KT ENS의 허위 매출채권을 발급하는 데 사용된 법인 인감도장은 아르바이트생이 보관할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이번 사기 대출에 KT ENS 협력업체들이 KT ENS에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전화 단말기와 내비게이션에 대한 허위 매출채권 양도 승낙서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이용됐다. 이 문서에는 KT ENS의 법인 인감도장이 이용됐는데, 부정 대출을 도운 KT ENS 김모(51·구속) 부장은 이 도장을 관리자의 감시가 소홀한 점심때 등을 이용해 몰래 꺼내 서류 위조에 사용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KT ENS 인감은 아르바이트생이 관리하기도 했으며 관리자 서랍이나 책상 위에 놓아두면 필요한 직원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또 금융기관들은 대기업 KT의 자회사인 KT ENS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승낙서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KT ENS 협력업체들이 담보 대출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서류는 이들 업체가 낸 허위 세금계산서였지만 진위를 제대로 확인한 은행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세금계산서에 1회 매출액이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50억 원까지 찍혀 있고 세금계산서 수백 장이 제출됐지만, 금융기관들은 이 계산서가 세무서에 신고됐는지, 세금계산서 내용과 같이 실제 매출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