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간 실시 결과 8303건 접수
- 5.6% 긴급지원·20% 수급지정
- 시, 조사 늘리고 지원예산 편성
- 공동모금회·복지관협회와 협약
승합차에 거주하는 김모(59) 씨는 2년 전 폐암에 걸린 아내를 치료하느라 평생 모은 재산을 다 써버렸다. 유일한 피붙이인 딸은 고등학생 때 가출한 후 연락이 닿지 않는다. 친구 도움을 받아 월세방을 구할 수 있었으나 하지동맥 폐쇄증에 결핵까지 겹쳐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월세(10만 원)를 내지 못해 쫓겨난 후 친구에게 중고 승합차를 받아 최근까지 차에서 살았다. 이 차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없었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129 콜센터를 통해 김 씨의 사연을 알렸다. 김 씨의 사연을 접한 동래구는 긴급 생계 및 주거비를 지원했다. 김 씨는 갖고 있던 승합차를 없애고 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해 구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30년 전 아내와 별거한 후 혼자 사는 최모(58·사상구 괘법동) 씨는 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생계를 유지했으나 4개월 전부터 발바닥 통증과 발부종이 심해지면서 혼자 걷기가 힘들어졌다. 외부 출입을 삼가고 집에 누워만 지내면서 살이 10㎏이나 빠졌다. 월세가 1년 이상 체납돼 곧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전화요금을 못내 전화마저 끊기면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이번 조사 때 최 씨를 발견했다. 사상구는 최 씨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신청하고, 긴급 후원금을 지원했다.
부산시가 지난 한 달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을 조사한 결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접수된 빈곤층이 8303명에 달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중 긴급복지 지원 대상이 445명(5.6%)으로 집계됐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임에도 이를 신청하지 못한 빈곤층이 1651명(20.9%)에 달했다. 세 모녀 자살 사건 이후에도 많은 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시는 나머지 빈곤층에 대해서는 구·군 자체 예산과 민간 후원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시는 구·군 예산으로 지원받지 못하는 3489명(43%)을 돕기 위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부산시사회복지관협회와 손을 잡는다. 4일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관 업무 협약식을 체결한다. 공동모금회는 재정 지원을, 복지관협회는 긴급 복지 대상자를 특별 관리한다.
부산시 신규철 사회복지과장은 "앞으로도 복지사각지대 특별 조사 횟수를 늘리고, 하반기 예산을 편성해 이들을 신속히 지원할 계획이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주변 사람이 신청할 수 있도록 신고 활성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