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액연봉·주택 등 받는 조건
- 자료 빼낸 뒤 中회사에 취업

국내 대기업에서 12년간 수백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로봇 청소기의 핵심 기술이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 중국에 유출됐다. 이들은 높은 연봉 등에 현혹돼 자신이 일하던 회사의 비밀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져 연구원들의 도덕 불감증이 정도를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8일 LG전자 로봇 청소기의 핵심 기술을 중국의 가전회사에 넘긴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45), B(38) 씨 등 2명을 구속했다.

A 씨 등은 LG전자의 로봇 청소기 개발연구원으로 근무하던 2010년 중국의 가전업체로부터 고액 연봉과 주택, 승용차 등을 받는 조건으로 기술 유출과 관련된 제안을 받고 회사에서 개발한 로봇 청소기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핵심 기술이 저장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로컬 와이파이 방식으로 연결해 노트북에 저장한 후 회사 보안 시설을 통과했다. 이렇게 빼 온 핵심 기술이 담긴 노트북은 하드디스크를 분리해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로 옮겨 저장했다가 중국으로 가져갔다.

이들은 지난해 5월과 10월 각각 퇴사한 뒤 중국 가전회사의 로봇 청소기 기술연구원으로 취업했다. 중국 가전업체로부터는 국내 연봉의 배인 1억5000여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지의 주택과 고급 승용차도 받았다.

이들로부터 핵심 기술을 넘겨받은 중국의 가전회사는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로봇 청소기와 재원과 성능이 같은 제품을 2015년 12월에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제 시장에 나올 경우 7500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국내 기업이 출시한 제품과 같은 기능을 갖춘 로봇 청소기를 내년 말께 시판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국내 업체 퇴직자 명단을 확보한 뒤 중국 내 가전업체가 있는 도시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해 A 씨 등의 신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