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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시내버스 이대론 안된다 <중> 위태로운 승객 안전

기사 부족에 종일근무 예사 … 빡빡한 배차간격이 난폭운전 내몰아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14-04-15 19:31:01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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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여객 운전기사 B 씨가 지난달 14일 회사 차고지에서 안전운행 보장을 요구하며 100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주야 근무시간 바뀌는 일요일
- 3시간 자고 새벽 5시부터 운행
- 동료 급한 일 생기면 연속근무
- 부산 33개 업체 중 5개사만 적정 운전인력 기준 충족

- 지자체가 짜는 노선별 운행계획
- 기사가 실제 준수하기는 불가능
- 市 눈치보는 업체 개선 의지 없어
- 부산 10년새 부상자 16% 증가
- 다른 지자체는 감소세 대조적

지난달 19일 밤, 서울 송파구에서 간선도로를 주행하던 시내버스가 택시와 승용차 등 차량 9대를 연달아 들이받아 운전기사 등 2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노모 간병을 해야 하는 동료의 부탁을 받고 18시간 종일운전을 하던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현상일 뿐 본질은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구조적 모순 속에 내재돼 있었다. 버스업체에 재정 지원을 하는 서울시가 '인건비 적정화'를 평가항목으로 설정해 경영 합리화를 요구하다 보니, 업체가 인건비를 줄이려고 적정 운전인력을 확보하지 않아 빚어진 사고였다.

■사고 위험 상존

서울과 같은 방식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부산은 어떨까. 본지 취재 결과 부산도 송파와 유사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여객 운전기사 B 씨가 지난달 16일 저지른 교통사고가 그 한 예다. B 씨는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전 8시 10분께 버스를 몰고 부산 서구 암남동 간선도로를 달리다 깜빡 조는 바람에 길가에 주차된 트럭을 들이받았다. 다행히 휴일 오전이라 빈 차로 운행하던 터여서 승객 피해는 없었지만 그는 한동안 놀란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가 졸음운전을 한 건 전날 자정까지 오후 근무를 한 뒤 3시간가량 선잠을 자고 이날 새벽 5시부터 운행에 투입돼 몹시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버스 한 대에 기사 2명이 배치돼 1주일씩 돌아가며 주야 2교대 근무를 하는데, 근무시간대가 바뀌는 일요일이면 연속근무를 해야 해 사고 우려가 커집니다. 아무리 정신을 차려 운전하려 해도 지친 몸이 말을 듣지 않아요." B 씨는 이처럼 빡빡한 근무행태가 일상화된 건 경비 부담을 꺼린 회사가 적정 운전인력을 확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가 설정한 적정 운전인력은 버스 대당 2.43명인데, 33개 시내버스 업체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곳은 5개사에 불과하다. 이런 실정에서 같은 근무조의 동료 기사가 급한 일이 생겨 쉬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오후·오전 연속근무나 종일근무가 불가피해진다. 실제 근무시간대가 바뀌는 일요일에는 연속근무나 종일근무가 관행화돼 있다. 늘 사고 위험을 안고 사는 셈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 김병준 사무국장은 "적정 운전인력을 채용하지 않은 가운데 무리한 운행을 하다 보니 운전기사는 과로를 하게 되고 승객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버스지부는 이를 문제 삼아 안전행정부에 주민감사청구를 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 같은 근무행태는 노사협상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다. 박찬일 버스조합 이사장은 "노사협상에 따라 운전기사들이 한 달에 25일 근무하고 나머지 날들은 연장근무를 하는데 그에 따른 응분의 수당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관리·감독기관인 부산시 한기성 대중교통과장도 "시가 대당 2.43명분의 인건비를 지급하면, 그 돈의 구체적인 사용은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상화된 난폭운전

   
지난해 3월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사고. 국제신문 DB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신호 위반, 끼어들기, 추월 등 난폭운전이 다반사로 이뤄져 사고 우려를 더한다. 시내버스 노선운영권을 가진 시가 노선별 운행시간과 횟수, 배차간격 등 운행계획을 짜 업체에 운행지시를 내리는데, 도로여건상 이를 이행하기가 어렵다고 운전기사들은 주장한다. 이런 한계를 무릅쓰고 운행계획에 맞추려다 보면 난폭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전기사들은 설명한다.

B 씨가 배치된 C노선을 예로 들어 보자. 시의 시내버스 노선운행 자료를 보면, C노선의 평일 배차간격은 3~4분이다. B 씨는 실제 이를 준수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번 운행할 때마다 신호위반을 2~3번 합니다. 이렇게 난폭운전을 해도 배차간격은 12~15분으로 늘어나요. 교통법규를 어기지 않고 안전운행을 하면 배차간격은 20분 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지연운행으로 회사로부터 문책을 당해요." 참다 못한 B 씨는 "난폭운전·신호위반 조장하는 배차간격 현실화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지난달 14일까지 회사 차고지에서 100일 동안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버스업체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지만, 돈줄을 쥔 시의 눈치를 볼 뿐 별다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D여객의 한 관리자는 "시의 지시를 어기면 패널티를 받는다"고 이유를 댔다. 패널티란 재정지원금을 적게 받는 불이익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사고 위험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시의 비현실적 운행계획→경제적 불이익을 의식한 업체의 강행→운전기사의 상습 난폭운전'이란 기형적 구조가 굳어지면서 승객은 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승객 편의와 안전 강화에 역점을 둔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시행 취지와 배치되는 모습이다.

부산 시내버스의 승객 안전 취약성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연보를 보면 2001~2011년 부산의 시내버스 100대당 부상자수는 66명에서 76.7명으로 1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45.4%) 인천(-24.1%) 광주(-45%) 대전(-37.9%) 등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다른 자치단체들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영수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도로와 정류소 상황에 따라 버스 운행시간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표준 운행계획을 적용하는 건 난폭운전을 부추겨 승객과 운전기사의 안전을 위협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태룡 부산시 교통국장은 이에 대해 "버스운행의 정시성,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은 안전운행"이라며 "시내버스 운행실태를 조사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 안전운행 기사의 고백

- "회사 측 운행금지 징계받아도… 마음 편하고 승객에게도 떳떳"

   
7개월째 안전운행을 하고 있는 E여객 운전기사 F 씨. 전민철 프리랜서
"안전운행을 하니 정말 마음 편합니다. 무엇보다 승객에게 떳떳해서 좋고 회사에도 떳떳합니다."

E여객 운전기사 F 씨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안전운행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촘촘한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은 물론 급하면 정류소 통과도 했다. 그랬던 그가 안전운행을 결심한 것은 무리한 운행 스케줄을 준수하려다 받게 되는 불이익을 운전기사가 대부분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 부당해서다.

"신호위반을 하다 걸리면 벌점 15점에 과징금 7만 원을 물어야 하고, 정류소 통과 때는 1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난폭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그 배상 책임의 절반이 운전기사에게 떨어져요." 회사는 재정지원금을 적게 받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부산시의 운행명령을 이행하도록 운전기사에게 강요하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을 운전기사가 감당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전운행을 하다 최근 회사로부터 '20일 운행금지' 징계를 받았다. 이른바 '불량기사'로 낙인 찍힌 것이다. E여객 관리자는 교통사고 배상 책임과 관련해 다른 설명을 했다. "사고가 나면 당연히 회사가 책임을 집니다. 그런데 운전기사들이 무사고수당을 받으려고 회사에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혼자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교통사고는 회사가 파악하는 것보다 많으며, 회사는 운전기사들의 수당 욕구를 '족쇄' 삼아 사고 위험이 도사리는 불합리한 운행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F 씨는 앞으로도 안전운행을 계속할 작정이다.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일요일마다 종일운행을 하다 보면 밤 9시께면 머리가 띵하고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이런 현실도 부당한데 사고 날 걸 알면서 난폭운전을 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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