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을 실은 운구 차량이 교정에서 노제를 마친 뒤 정문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유해 일단 가족납골묘 안치
- 49재 후 제자들 잠든 바다로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이런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단원고 강모(52) 교감의 장례식이 21일 엄수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6일 만이다.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들 곁으로 결국 떠났다.

이날 오전 4시30분께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유족과 동료, 선후배 교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영정사진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빈소에서 나와 운구 차량으로 향하자 유족은 주위의 부축을 받으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어렵게 옮겼다.

운구차가 모습을 보이자 모두가 비통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홀로 살아남은 자책감에 괴로워하던 교감 선생님의 마지막 길을 가족과 교사, 학생들이 배웅했다. 교감의 동료, 선후배 교사들은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들은 운구 행렬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강 교감은 침몰 사고 당시 구조됐지만, 학생들의 실종을 자책하며 내내 괴로워했다. 사고현장인 진도에 남아 배 안에 갇혀있을 제자들의 구조소식을 손꼽아 기다렸다. 강 교감은 1987년 교사로 임용돼 3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아 왔다. 공주대 사범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의 윤리 선생님이었다. 올해 3월 단원고에 부임해 한 달 반가량 근무했다.

지인들은 "존경할 만한 스승이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추억했다.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인 그는 수백 명의 학생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강 교감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는 그의 마지막 부임지가 된 단원고 운동장과 자택을 한 바퀴 돌고서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해는 충남 보령의 가족 납골묘로 옮겨졌다. 유족은 고인의 마지막 부탁에 따라 일부는 사고 해역에 뿌리기로 했다. 다만 구조작업에 지장이 없도록 49재를 치르고 현장이 수습된 이후 구체적인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강 교감은 단원고 학생 325명이 탄 여객선이 침몰해 대다수가 실종된 사고가 난 지 3일 만인 지난 18일 오전 진도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