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대원 피로누적 최대 변수

- 선체 내부 가시거리 확보 안돼
- 손으로 더듬어 시신 수습
- 잠수사 "더 늦으면 시신 훼손"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21일 실종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월호 3·4층을 집중적으로 수색했으나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구조팀은 선체 6곳에 '가이드라인(생명줄)'을 설치하면서 24시간 수색 체제에 돌입했다. 유속이 가장 느린 22일이 구조 작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5시51분께 식당 진입로를 개척했으며, 3·4층 격실 내부를 집중 수색했다고 밝혔다. 구조팀은 해경 함정 90척, 해군 함정 32척, 민간 어선 90척과 헬기 34대, 잠수사 등 구조대원 556명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22일 구조 분수령

합동구조팀은 이날 선체에 해저로 내려간 잠수사를 인도하는 가이드라인을 총 6곳 설치했다. 수면 밖 스티로폼 부이에서 선체까지 연결된 이 줄이 늘어나면서 잠수사의 동시 투입이 가능해졌다. 실종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3·4층 진입 통로를 다수 확보한 것도 잠수사의 추가 진입을 용이하게 했다. 물 흐름이 멈추는 정조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수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구조팀은 하루 수십 회 선체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횟수가 늘어가고 있다. 사고 직후 강한 조류 탓에 수중 수색에 난항을 겪었던 때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사고 현장은 조류가 느리고 수위도 낮은 '소조기'를 맞았다. 파고나 시정도 양호했다. 사고 이틀 전인 14일은 바닷물이 가장 많이 들었다가 빠지는 날(음력 15·30일)인 사리로, 물의 양이 많아 유속이 가장 빨랐다. 사리를 기점으로 물의 흐름이 점차 느려져 조금(음력 8·23일) 때는 반대로 조류의 속도가 최저가 된다. 22일 조금 때는 유속이 사리 때보다 40% 정도 느려지며, 조금 전후인 20~26일은 소조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22일이 구조 작업의 최대 고비다.

광범위한 해상 수색을 위해 해경과 해군 함정이 사고 현장에서 선박을 물렸다. 세월호 침몰 현장 주변에서는 수십 척의 해경 고속 단정과 해군 고무보트가 이동을 자제하고, 조류 방향에 따라 시신이 떠오르는지 관찰했다. 고명석 해경 장비기술국장은 "여건이 좋아지면서 수색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의 집어등을 활용해 야간 수색 환경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잠수사 피로 누적 '변수'

수색 작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수색 엿새째를 맞아 구조대원이 지치기 시작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00여 명이 순차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피로가 누적되면서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위험한 선내 진입이 24시간 체제로 바뀌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침몰 엿새째를 맞으면서 사망자 시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년 경력의 민간 잠수사 A(43) 씨는 "현재까지 수습된 시신은 아직 배가 심하게 부풀거나 훼손 정도가 심하지 않아 가족들이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하다"면서 "수습 작업이 더 지체되면 부패가 심해 육안 식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현재 세월호가 침몰한 해상 표면 기온은 11∼13도, 객실이 위치한 수심 30∼35ｍ 지점은 7∼8도다. 전문가들은 기온 7도에서는 72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시신 부패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선내에 투입된 잠수부들은 "선체 내부에서는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손으로 더듬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며 "내부에 화물과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뒤섞여 수습작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