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돌아올거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사고해상을 향해 앉아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훈련은 연 1회 몇 개 골라 실시
- 최일선 담당자 완벽히 숙지안돼
- 선출직 단체장 재난관리 무관심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위기대응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며 매뉴얼 작동을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은 크게 3단계로 짜였다. 재난의 종류를 25종으로 나누고 재난마다 주관기관이 대응지침을 담은 표준매뉴얼을 하나씩 만들었다. 표준매뉴얼 아래에는 실무매뉴얼 200여 개가 있다. 가장 아래 단계인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은 무려 3200여 건으로, 자치단체와 지방청 등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3000개가 넘는 매뉴얼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이는 매뉴얼 자체가 각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등 허점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백민호 강원대(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매뉴얼을 보면 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고 가짓수만 많아서 이용자에게 잘 각인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기상황에서 매뉴얼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재난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이를 평소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훈련은 매년 한 차례 소방방재청이 주관하는 '안전한국훈련'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나마도 올해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데 집중하느라 일정이 불투명하다.

훈련 분야도 25개 재난에 대해 모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개를 골라 '샘플 훈련'을 한다. 나머지 재난에 대해서는 실·국별 매뉴얼 점검으로 대체한다.

위금숙 위기관리연구소장은 "재난관리 선진국을 보면 각 기관이 대처해야 할 재난별로 교육일정을 잡아 놓고 직원들을 훈련한다"며 "우리는 이런 훈련 계획이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선거로 단체장을 뽑는데다 지방재정이 취약한 현재의 구조에서 자치단체가 재난관리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재난관리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사고가 나지 않을 때에는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역의 위험시설과 관리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시민들도 이에 관심을 가지는 체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 소장은 "자치단체를 포함해 각 기관의 재난대비 현황을 평가한 결과를 적극 공개해 재난관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