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학생들이 동구 좌천동 고가도로에서 6월 항쟁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있다.

- 6월 항쟁 열린 교차로 등 방문

10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춘해병원 앞. 안내를 맡은 민주공원 교육해설사 하영남(여·37) 씨가 "옆에 보이는 범내골약국 건물 4층에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가 있었다"며 "이곳은 지도부가 독재정권에 맞서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진두지휘했던 곳으로 민주화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날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이사장 문정수) 주최로 '6·10 민주항쟁기념일'을 맞아 청소년 민주주의 탐방행사가 열렸다. 온새미학교, 참빛학교 등 부산지역 대안학교에 다니는 중·고교생 90명이 참여했다. 서면교차로, 문현교차로 등 부산 도심 곳곳이 민주화 성지였다.

동구 좌천동 고가도로에 학생들이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1987년 6월 항쟁 당시 부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위가 열렸다.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으로 이뤄진 '넥타이 부대'까지 총출동했다.

고(故) 이태춘 열사(당시 27세·회사원)는 온몸에 최루탄을 뒤집어쓴 채 고가도로 밑에서 발견됐다. 봉생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하 씨가 자료사진 속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여기가 여러분이 지금 서 있는 자성대인데 당시 시위에 참가하려고 밀려든 수많은 인파가 고가도로 위까지 꽉 찬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새미학교 이지원(16) 양은 "무심코 지나치던 곳인데 민주화 역사가 곳곳에 숨어있어 놀랍다"며 "당시 시민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세대는 제대로 자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일행은 부산역광장에 차려진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부산시민분향소에서 참배했다.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 앞에 도착한 탐방단은 27년 전 민주화 농성에 대해 들었다. 하 씨는 "경찰의 진압을 피해 도망쳐 온 시위대가 가톨릭센터에서 농성했다"며 "처음에는 시위를 반대했던 국제시장, 보수동 책방골목 상인들이 가게 셔터를 살짝 열어 시위대를 숨겨주고 음식을 제공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6월 항쟁 당시 경찰의 고문을 받고 숨진 고(故) 박종철 열사의 모교인 중구 보수동 혜광고에 들렀다. 교정에 서 있는 추모비에서 박 열사의 넋을 기리며 이날 탐방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