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부산 전역에서 온 자원봉사자와 해운대구 공무원 등 2000여 명이 태풍 나크리 여파로 해변으로 떠밀려왔던 대규모의 폐목재를 치우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 선박 고장 유발 등 우려
- 관계기관 실태파악도 못해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뒤덮은 폐합판(본지 5일 자 9면 보도) 수거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침몰 선박에 있는 수천 t의 합판이 추가 유출될 경우 소형 선박 운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됨에도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는 자원봉사자 1300명 등 2000여 명이 나서 해운대해수욕장을 덮친 폐합판 200t가량을 수거했으며, 6일 오전까지 잔해 제거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수욕장 전 구간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폐합판이 지난해 7월 영도 남외항 N-4 묘박지 인근 해역에서 기상악화로 침몰한 선박에 묶여 있는 합판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침몰 선박에는 9879t의 합판이 적재돼 있는데, 지금까지 건져 올린 합판은 1689t에 불과하다. 아직 8000t 이상의 합판이 남아 있다. 특히 물 속이나 수면에 떠다니는 폐합판은어선 등 소형 선박의 스크루에 고장을 일으키는 등 '수중 지뢰'나 마찬가지다.

부산해양항만청과 부산해양경찰서 등 관계 기관은 이번 주말 태풍 '할롱'의 간접 영향을 받아 폐합판이 추가로 연안에 밀려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데다 침몰 선박에 남아 있는 합판의 양 등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해항청 등은 우선 침몰 선박 주위에 다이버를 투입해 그물망 보강 작업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해당 해역의 유속이 빨라 다이버 투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해항청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폐합판의 추가적인 유출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침몰 선박 주위로 다이버를 투입해 그물망 보강작업을 하는 것인데 이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폐합판이 추가로 얼마나 유출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침몰 선박의 인양은 통상 선사의 재정 여건이나 선박의 사용 가능 햇수 등을 고려해 선사측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해당 선박의 경우 보험사와 민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고 선박 인양 작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해운대구는 이번 해운대해수욕장 폐합판 수거 작업 등에 대한 피해 보상과 관련해 선사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