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환영 속 교총 부정적 반응

경남도교육청이 0교시 수업 폐지 등 학교업무 경감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사교육 시장 활성화와 학력 저하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연구·시범·선도·지역중심학교 폐지를 비롯해 초등학교 오전 9시 이전 수업과 획일적 보충수업(방과 후 수업), 강제적 야간자율학습, 0교시 수업 등을 내년부터 모두 폐지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박 교육감의 이런 발언은 학생의 건강권과 수면권, 행복추구권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고교 0교시 수업 및 초등학교 9시 이전 수업 폐지는 조기 등교 억제로 학생들이 본 교육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도교육청의 공식 입장이다.

또 중·고교의 획일적 보충수업과 고교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도 폐지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해 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는 획일적 보충수업이 과목 선택권 등을 보장하지 않아 학생들의 자율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 박 교육감은 "이번 방침은 소모적인 전시성 행사나 관행·관습 위주의 구태의연한 정책을 폐기·축소, 교사들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정책제안을 받아 지속적으로 학교업무를 줄여나가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도의 이런 의도와 달리 0교시수업 폐지와 야간자율학습 폐지는 앞으로 계속 해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에 따라 학생들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교육 시장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원단체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교육청에서 발표한 정책은 전교조에서도 계속 주장해왔던 것"이라며 "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는 우려를 나타냈다. 조인대 경남교총 사무총장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교사와 학부모 절반 이상이 반대한 오전 9시 등교를 추진한 것을 교총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도교육청은 일방적인 사전 조사를 통한 정책 수립이 아니라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시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