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계약자가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으로 자살했을 때에도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자살 시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보험사의 약관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어서 향후 유사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울산지법은 자살한 A 씨 가족이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과 보험회사가 A 씨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보험회사는 유족에게 6000만 원 상당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2009년 B보험사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2012년 우울과 불안증상으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집에서 자살했다. 이에 보험사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고의로 자살했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상법은 고의적인 사망사고가 아닌 한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약관처럼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까지 무조건 보험사 면책을 인정하는 것은 상법 취지에 반하는 데다 계약자에게 불리해 공정성을 잃은 조항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