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오룡호'의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사조산업 부산본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선원 가족에게 브리핑을 마친 뒤 머리를 감싸쥔 채 퇴장하는 김정수 사조산업 사장. 전민철 프리랜서 jmc@kookje.co.kr

"신발 한 짝이라도 건져 놨어야지.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한 겁니까."

2일 오전 501오룡호 침몰 사고대책본부가 차려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사조산업 부산본부에서는 실종자 가족의 질타가 이어졌다. 밤샘 수색·구조에도 선원 구조 소식이 들리기는커녕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한국인 선원의 신원도 확인하지 못하는 등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조산업 측이 "조업이 가능하다는 선장의 판단이 있었다. 기상이 악화돼 조업 종료 후 피항하려던 차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하자 한 실종자 가족은 "사고 해역의 기상이 나쁘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 회사가 조업을 강요한 것 아니냐. 선장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냐"고 따져 물었다. 다른 가족은 "구명정 8대의 정원이 144명인데 탑승자는 6명밖에 되지 않는다. 고장이 났거나 퇴선 결정이 늦은 게 아니면 이럴 수가 있냐"며 답답한 마음을 쏟아냈다.

사조산업 측은 "정확한 사고 상황은 생존자에게 들어봐야 한다. 생존 외국인 선원은 수색에 투입된 러시아 선박에 탑승 중이고, 저체온증 문제로 의식이 불분명해 대화가 어렵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해 실종자 가족들의 애를 끓게 했다. 오후가 돼서도 회사 측은 "생존 선원들이 배가 45도가량 기운 상태에서 구명정을 터트렸으나, 탑승 과정까지만 기억할 뿐이어서 자세한 상황은 회복이 더 된 후에야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생존 가능성을 유추해보고 싶은 마음마저 무너지자 선원 가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이 모인 회의실에서는 "내 자식이 돌아오는 게 보상이지 다른 보상이 어디 있느냐"는 울음 섞인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거칠기로 유명한 베링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을 빼앗아 갔다. 베링해는 한겨울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바다다. 이날 오전 한때 기상이 좋았으나 오후부터 풍속 25m, 파고 6~7m로 기상이 악화돼 수색 선박이 대기 상태로 머물기만 했다. 한 20대 선원의 가족은 "베링해의 엄동설한에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며 "제발 기적이 일어나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