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 4만 t 늘어난 배정량 탓
- 기상악화 속 명태잡이 강행 의혹
- 36년 된 선박 안전성도 도마 위

- 파도 높을 땐 '맞바람' 정석인데
- 오룡호는 '뒷바람' 선택 가능성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 침몰한 '501오룡호(이하 오룡호)'의 침몰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크게 세 가지로 쟁점이 압축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일부 전문가는 선사 측의 무리한 운항과 낡은 배가 사고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조산업은 바람을 잘못 탄 점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했다.

■'추가 쿼터' 때문에 무리한 조업?

오룡호 일등항해사 유모(47) 씨의 아내는 2일 "지난달 29일 통화에서 남편이 '명태를 많이 잡아 하역했는데 추가 쿼터를 배정받았다. 다 잡으려면 큰일이다'라고 말했다. 조업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물량만 늘어난 탓에 무리하게 출항한 게 변을 당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오룡호를 포함, 국내 5개 선사의 저인망어선 5척이 올해 당초 러시아로부터 배정받은 명태의 쿼터량은 총 3만t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추가로 1만t을 얻어냈다.

사조산업 측은 "정해진 조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이듬해 쿼터를 배정받는 데 불리하기 때문에 쿼터량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업체별로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쿼터량을 (5개사가) 공동으로 소진하면 돼 굳이 오룡호가 무리해서 조업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36년 된 노후 선박이 원인?

한국원양산업협회의 원양어업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국내 원양 어선은 총 342척이다. 이 중 38%가 넘는 132척은 선령이 31년 이상이다. 오룡호는 그중에서도 오래된 36년이다. 사조산업 임채옥 이사는 "지난 2월과 7월 검사를 마친 후 운항했다. 또 2011년에는 일부 구명정이 낡았다는 판정을 받아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배의 선령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은 다르다. 한국해양대 이윤철(해사수송과학 전공) 교수는 "어선의 선령이 36년이면 '유령선' 수준이다. 상선은 체계적 관리가 되지만, 대부분 어선은 상선처럼 관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선장의 무리한 운항?

사조산업이 추정하는 사고 원인은 선장이 '맞바람' 대신 '뒷바람'을 택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파도가 높은 상황에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는 선수부터 불어오는 맞바람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파도가 전후좌우로 몰아치는 상황 속에서 고기를 잡을 만한 속도를 얻기 위해 결국 뒷바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사조산업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파도와 바람이 강한 기후 조건에서 뒷바람을 택할 경우 선박은 밀리며, 생선이 가득 담긴 그물을 끌어올리면 선미 쪽 쏠림 현상은 더 심해져 결국 배로 들이닥치는 해수의 양은 늘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