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이 9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막말 파문'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 과거 문제 행적 추가로 드러나
- 경찰청 경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이 5번이나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직원들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권 청장은 9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잦은 언어폭력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저의 잘못된 언행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고쳐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슴을 아프게 한 모든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경찰을 믿고 사랑해주신 시민과 경찰 동료들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권 청장은 퇴임한 이금형 청장 후임으로 부산경찰청장직을 맡아 한 달가량 활동해 왔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쳐 총경급과 경정급 간부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 물의를 빚었고, 참다못한 총경급 간부가 지난 7일 간부회의에서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번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권 청장은 해당 직원들에게 사과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총경·경정급 간부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당사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권 청장이 경북경찰청장 시절에도 심한 욕설로 직원들의 반발을 샀고, 고속도로에서 동행한 간부를 내리도록 하는 등 과거 언행 등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경찰청이 지난 8일 서둘러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만 나왔다. 엄중 경고란 행정상 공식 징계가 아니라 질책성 경고에 불과하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권 청장은 자리보전 여부는 차치하고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징계는 낮은 수준이지만 여론이 크게 악화해 지방청장으로서 제대로 영(令)이 설지 의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