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주사형 접종률 특히 낮아
- 정명희 시의원 대책마련 요구

김모(여·35) 씨는 최근 보건소에서 주사형으로 둘째 아이 BCG(결핵예방) 접종을 하려다 포기했다. 일주일 중 하루만 접종할 수 있는데, 갓난아이를 데리고 함께 가기로 한 아이 아빠가 그날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첫째 아이는 병원에서 도장형을 맞았지만 둘째는 효과가 더 좋은 주사형을 맞으려고 했었다"며 "생후 한 달 내에 접종해야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가까운 병원에 가서 도장형을 맞았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대도시 중 결핵 환자 수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음에도 효과가 검증된 주사형(피내형) BCG 접종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명희(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사진) 부산시의원은 4일 열린 부산시 건강체육국 업무보고에서 도장형(경피형) 중심의 부산지역 결핵 예방 접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0세아 주사형 접종률은 33.5%로 대도시 중 가장 높은 인천(49.5%)보다 훨씬 적다. 전국 평균 주사형 접종률도 45.2%다.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주사형 접종은 주사기로 정확한 양을 주입하기 때문에 효과가 높아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표준으로 삼고 있는 접종방식이다.

하지만 흉터가 남아 1997년 국내에 도장형이 도입된 이후 부모들 사이에서는 흉터가 덜 남는 도장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병원에서도 도장형이 비보험이라 비용이 7만 원 내외로 비싼 데다 백신 관리가 쉽고 접종 방법도 쉬워 이를 선호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부산의 예방접종 민간위탁 병원을 조사한 결과 부산진구는 50곳 중 7곳, 강서구는 7곳 중 1곳, 남구는 45곳 중 1곳, 북구는 67곳 중 1곳 등 극소수에서만 주사형 접종이 가능하다.

보건소 역시 접종상황은 열악하다. 보건소는 백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일주일 중 하루, 오전에만 주사형 BCG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더군다나 주사형의 경우 한 개의 백신으로 10명이 접종을 할 수 있는데 개봉 후 8시간 이내에 써야 해 미리 신청을 받아 신청자가 8명이 넘지 않으면 아예 접종을 시행하지 않는 실정이다.

정 의원은 "결핵 환자가 많은 것이 주사형 접종자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향은 미친다고 본다"며 "보건소 접종이 가능한 날을 하루라도 늘리고 홍보를 강화해야 하며, 특정 구를 지정해 시범적으로 주사형 접종을 늘려 그 추이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의 신규 결핵환자(2013년 기준)는 10만 명당 79.3명으로 전국 대도시 중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