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형 오피스텔 지침인
- '층별 분리운영' 비현실적
- 운영사 간 갈등 해결 안돼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신개념 건축물 '수익형 호텔(레지던스 호텔)'이 '층별 분리 운영'이라는 비현실적인 운영지침 때문에 완공 후에도 영업을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수익형 호텔과 이와 유사한 형태의 숙박형 오피스텔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속출이 예상돼 시설 운영 지침의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운대구는 지난 6일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들어설 예정인 한 수익형 호텔의 시행사와 운영 위탁사 관계자, 객실 소유주를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 호텔은 지난 11월 건축물에 대한 준공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두 개의 위탁 운영사가 경쟁을 벌이면서 구청이 4개월째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해운대구는 "아직 관할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수익형 호텔의 운영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영업허가의 전제조건으로 "위탁 운영사를 단일화하거나 '위탁사별 층별 운영'으로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객실 소유주 김모(48) 씨는 "기존 운영사인 A 사가 명확한 수익률을 제시하지 않고 있던 차에 또 다른 운영사인 B 사가 들어왔다"며 "500개가 넘는 객실의 절반에 가까운 객실 소유자가 B 사로 갈아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한 것은 2개 이상의 위탁운영업체가 경쟁하는 수익형 호텔에 대한 운영 지침이 마련돼 있지 못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관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른바 '숙박형 오피스텔'에 대해 숙박업과 주거용 객실을 층별로 분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이 지침을 수익형 호텔에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형 호텔 운영사가 층별 운영 지침을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객실 소유자가 개별적으로 수익률 등 조건을 비교해 위탁 운영사를 고를 수 있어 운영사가 한 층의 운영권을 통째로 잡는 것은 힘들다.

이 같은 수익형 호텔은 최근 부산지역에 잇따라 들어서고 있어 지침을 빠른 시일 내 개정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부산지역 수익형 호텔의 객실은 5000여 개에 달하며 엘시티와 동부산관광단지 등 건설을 추진 중인 수익형 호텔을 합치면 1만여 개에 이른다. 게다가 현재 해운대 등에는 주거용 오피스텔 가운데 숙박형 오피스텔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수익형 호텔 운영 방침을 어떻게 정할지 장담할 수 없다. 영업 공간의 독립성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운영사 수와 운영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익형 호텔은 객실당 1억~ 2억 원에 분양받아 연간 5~10%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시행사 입장에서도 투자자를 모아 적은 자본으로 호텔을 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