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등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수익형 호텔에 대한 운영 지침이 비현실적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해운대 지역의 한 수익형 호텔의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위탁 운영 맡긴 개인 투자자들
- 수익 높은 업체로 갈아타기 마련
- '한 호텔 두 운영사' 과열 야기

- 법원 "규제 못한다" 판결에도
- 해운대구 "층별 분리해야 허가"

수익형 호텔(레지던스 호텔)은 분양을 받은 투자자가 개별 등기한다. 투자자는 시행사가 선정한 위탁운영사를 제공하는 수익률과 서비스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층별 운영 지침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다.

■수익형 호텔 실태는

현재 부산시 전체 수익형 호텔 객실 수는 50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20%에 가까운 객실이 해운대구에 몰려 있다. 센텀호텔과 씨클라우드호텔이 각각 543실, 416실을 운영 중이다. 해운대에는 앞으로 푸르지오시티, 라뮤에트호텔, H시티호텔 등이 분양을 완료하고 공사 중이다. 이외 엘시티와 동부산관광단지에도 수익형 호텔이 잇달아 들어설 예정이다.

센텀호텔은 한 호텔에 두 개의 위탁 운영사가 들어서면서 아직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센텀호텔은 지난 1월 기존 운영업체인 C 사의 계약 조건을 문제 삼아 D 사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D 사는 용역업체 직원을 고용해 전산실을 점거했고, 이를 막기 위해 C 사 역시 용역 직원을 채용해 갈등을 빚었다. 센텀호텔 관계자는 "한때 전산 시스템이 마비돼 호텔 예약 고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현재 C 사와 D 사는 객실을 지키고 뺏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수익률에 따라 움직이는 객실 소유자 때문이다. 기존 운영 위탁사에 불만을 느끼게 된 일부 객실 소유자가 새로운 위탁업체를 물색하는 것이다. 부산의 한 수익형 호텔 객실 소유자는 "확정 수익을 제시하면 사실 더 높은 쪽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라며 "주변 시설에 견주면서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광고에 속는 피해자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대 업체의 거래 방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제시하는 허위광고 ▷객실 소유주에게 리베이트를 주는 행위가 발견되면 법적인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비현실적인 운영 지침

법원과 보건복지부는 공중위생관리법으로 정한 수익형 호텔에 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씨클라우드호텔에 두 위탁 운영사가 함께 영업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법원과는 달리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익형 호텔의 운영 지침을 정하기 위한 법 해석 절차에 들어갔다.

대법원과 부산지법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판결을 통해 한 호텔에서 두 운영사가 동시에 영업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부산지법은 2013년 8월 "다수 업체가 숙박업을 영위하더라도 각자의 영업장소가 특정돼 신고가 이뤄져 있으므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원인이나 문제가 되는 장소, 책임 소재 등을 가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운대구는 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신규 수익형 호텔의 영업 허가는 '층별 분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영업 공간의 독립성이 이뤄져야 관리가 쉽다"며 "보건복지부의 수익형 호텔에 대한 운영 지침이 결론 나기 전까지는 두 위탁사가 층별로 분리돼야 영업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운영사, 투자자에게는 이익

씨클라우드호텔은 층별 지침을 적용받지 않고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탁 운영사 2개가 전체 416개의 객실 가운데 각각 227개, 189개 객실을 운영 중인데 보건복지부가 우려했던 상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요금 안내표는 호텔 프런트를 나눠 명확하게 게시됐고 계단과 복도는 청결했다. 계단 등의 공용부지는 두 업체에서 고용한 청소부가 함께 청소해 청결상태는 오히려 더 좋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두 업체가 경쟁하면서 객실 소유주도 큰 이득을 봤다. 씨클라우드호텔 관계자는 "한 업체가 운영하던 2009년 객실 소유주의 연수익은 4.5%였지만, 두 업체 운영 체제로 변하면서 현재 연 7% 수준이다"며 "같은 기간 객실 매매가는 1억5000만 원 수준에서 2억 원을 넘는 등 객실 자체의 가치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책임소재에 관한 부분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며 "프런트에서 이미 숙박객 정보를 갖고 있어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맞는 책임을 지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