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선 폐선부지에 방음림이 방치되고 있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밤길을 어둡게 하고 주변환경마저 나쁘게 한다. 철도시설공단과 부산시, 담당 자치단체가 이를 관리해야 하지만 상업 개발과 용역, 재원 등을 이유로 서로 떠넘기고 있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미포항에서 동해남부선 옛 철길 주변을 돌아봤다. 철로 양옆으로는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동백나무를 비롯해 향나무, 영산홍 등 10여 종의 다양한 나무가 분포했다. 1935년에 건설된 철길의 역사를 간직해 대부분 보호 가치가 있는 나무들로 판단된다.

하지만 나무 대다수는 내버려둬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인도 주변의 주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주민 김모(여·53) 씨는 "방음림의 잔가지가 자라 골목길 가로등 빛을 막고 있어 밤에 다니기 불편하다"고 말했다.

방음림은 동해남부선 옛 철길을 따라 광범위하게 조성돼 있다. 원래 철도시설공단이 땅의 주인이므로 이를 관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공단은 현재 미포~송정 구간 상업개발을 추진하면서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상업개발을 하면 대부분 벌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단은 나머지 구간을 부산시에 무상사용 권한을 줬다며 관리 책임을 시에 떠넘기고 있다. 시는 옛 철길을 산책길과 자전거길로 조성하는 그린 레일웨이 용역을 수행하고 있어 용역이 끝나야 관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옛 철길이 많은 해운대구는 재원이 부족하다며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가지치기 등 관리를 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관리를 위해서는 수목 규격과 종류, 조경수 가치 등 현장 점검으로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지만 조사를 위한 인력이 없다고 한다.

해운대구는 자체 조사 결과 미포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4㎞가량의 옛 철길 주변에서 자라는 나무는 조경수로 가치를 지닌 나무가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철도시설공단과 동해남부선 옛 철길에 대한 무상사용 협약을 맺은 후 숲을 어떤 방식으로 누가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수십 년 된 나무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수영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오래된 나무가 관리 부주의로 고사한다면 이는 사회적 낭비다"며 "부산시와 철도시설공단이 사업 추진 전까지만이라도 방음림에 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