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 장산 등산 회동. 2028 하계올림픽 부울경 공동 개최 합의.(사진 1)

- 세 단체장 등산회동서 약속
- 첫발도 못 떼고 없던 일로
- 3개 시·도 체육대회도 불발

- 대권 행보 시작한 홍 지사
- "상생위는 대구·경북도 함께"
- 영남 주도권 잡기로 풀이

2028년 하계올림픽 부산 울산 경남 공동 유치가 사실상 무산(본지 31일 자 1면 보도)된 데 이어 '동남권 상생위원회' 등 부울경 교류사업마저 협의가 전면 중단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사업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김기현 울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각각 등산 회동을 통해 합의한 것이지만 첫발조차 떼지 못한 채 '없던 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이 때문에 정치인 출신 여당 세 광역단체장이 부울경 상생을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산만 타고 빈손으로 내려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최근 3개 시·도 기획실장이 동남권 상생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는 실무협의를 추진했지만 경남도의 거부로 취소됐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서 시장과 김 시장은 울산 대운산을 등반하며 상생위원회 출범에 전격 합의했다. 상생위원회는 1999년 시작돼 2010년 8월 중단된 '부울경 발전협의회'를 부활하는 것으로, 3개 시·도 단체장이 만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상생·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서 시장, 홍 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대구·경북과 함께한 영남권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타당성 용역' 정부 일임 합의.(사진 2)

이에 따라 부울경은 지난 30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실무협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경남도가 "대구·경북과 함께 영남권 상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홍 지사의 뜻을 전달하며 불참을 통보했다. 이뿐 아니라 애초 실무협의에서 같이 논의하기로 했던 3개 시·도 공무원 체육대회도 홍 지사가 반대해 불발됐다. 부울경 시장·도지사가 '등산 회동'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만 벌였을 뿐 이를 통해 남긴 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권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선 홍 지사가 지역에 얽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부울경 현안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 지사는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서 시장과 김 시장은 대권 주자로 떠오른 홍 지사의 '파워'에 밀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평판까지 받고 있다.

	서 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울산 대운산 등산 회동. 부울경 상생위원회(옛 부울경 발전협의회) 부활, 부울경 공무원 체육대회 개최 등 합의.(사진 3)

민선 6기 들어 부울경이 중대 현안을 놓고 삐걱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6일 해운대구 장산 등반 때 광역상수도와 관련해 서 시장은 "자연스레 협력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했지만, 홍 지사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외면했다. 이후 지금까지 양 시·도는 협상 테이블 한 번 못 차렸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타당성 용역 역시 평가방식 합의에도 실패해 '정부에 일임'이라는 애매한 타협만 남겼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사업 자체의 필요성은 차치하더라도 현안이 산적한 부울경이 상생해야 수도권에 대응한 분권과 자치를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세 단체장이 정치적 실익만 계산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지켜보기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부산·울산·경남 상생 합의와 파기 일지

▷2014년 12월 6일=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 장산 등산 회동. 2028 하계올림픽 부울경 공동 개최 합의.(사진 1)

▷2015년 1월 19일=서 시장, 홍 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대구·경북과 함께한 영남권 시·도지사협의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 타당성 용역' 정부 일임 합의.(사진 2)

▷2015년 3월 7일= 서 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울산 대운산 등산 회동. 부울경 상생위원회(옛 부울경 발전협의회) 부활, 부울경 공무원 체육대회 개최 등 합의.(사진 3)

▷ 〃 3월 12일=올림픽 공동 개최 부울경 첫 실무협의 1차 무산.

▷ 〃 3월 30일=올림픽 공동 개최 부울경 첫 실무협의 2차 무산. 무기 연기.

▷ 〃 3월 30일=부울경 상생위원회 추진 위한 3개 시·도 기획실장 협의 무산. 향후 재개최 계획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