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은 전국 7대 도시 최악

- 결핵도시 오명 썼지만
- 연구부족, 원인 규명 안돼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1위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97명으로 22명인 일본의 4.5배 수준. OECD 평균인 12.7명보다 7.5배 많다. 10만 명당 결핵 사망률도 5.2명으로 OECD 평균인 1.9명 대비 두 배 이상이다.

부산은 2005~2013년 9년 연속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결핵 발생률 1위이다. 과거 치료력이 없거나 1개월 미만인 신환자 발생률은 2013년 현재 부산이 인구 10만 명당 79.3명으로 가장 적은 대전(54.7명)보다 24.6명이나 많다. 부산은 또 약제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장철훈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이 2010년 2~7월 국내 6개 대학병원의 결핵환자 542명의 균을 분석한 결과 약제 내성률은 부산이 28.9%로 2위 전남(19.3%)과 전국 평균(18.1%)을 크게 앞섰다.

부산은 '왜' 결핵도시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국내 결핵 연구가 생의학적 치료와 예방법에 집중돼 왔기 때문이다. 도시의 고유한 역사나 빈곤·고용·인종·문화가 결핵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고려대 정혜주(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팀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논문에서 "학술정보서비스를 통해 검색한 국내 결핵 문헌 주제는 대부분 생의학 분야"라며 "해외에서는 신자유주의와 사회적 불평등이 결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결핵과 부산'에 대한 연구 부족은 무성한 추측을 낳고 있다. 대한결핵협회 정근 회장은 "일제 강점기 사망 원인 1위가 결핵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결핵 보균자들이 부산으로 대거 피란을 와 결핵균을 퍼뜨리면서 잠재 보균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호흡기내과 배혜현 과장은 "부산이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 원인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65세 이상 인구에서 결핵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결핵 퇴치를 가로막는 또 다른 원인으로 ▷최하위권인 부산의 건강지표와 상대적 빈곤층의 증가 ▷전염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외국인 근로자와 관광객 증가를 꼽는 전문가도 있다.

부산시 나정현 감염병 관리팀장은 "그동안 부산에 결핵환자가 많은 원인을 밝히려는 연구 용역이 없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핵전문병원인 국립마산병원 흉부외과 황수희 과장은 "부산의 사회·경제적 특징을 고려한 결핵 원인 규명부터 이뤄져야 맞춤형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권고했다.